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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의 웹툰 만화 도전기

웹툰 만화를 그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무모한 도전일까?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더니 1년은 잡아야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1년,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에 쏟을 열정, 인내, 시간을 떠올리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밀려온다. 누가 강제로 하라고 억압한 것도 아닌데 '포기할까' '말까'로 머리와 손을 고문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만 두자니 지금까지 공 들인 시간이 아까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이미 이야기 구성을 짜고 스케치 작업을 끝낸 상태다.

'지금이라도 그만 둘까.'

하루에도 마음은 몇 번씩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렸다. 벌써 6개월이나 연필로 스케치하며 밑 작업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잖아. 그냥 써놓았던 소설에 삽화나 얹을까? 아니야, 지금까지 작업해온 게 아까우니까 그냥 밀고 나가보자.



왜? 그냥 하고 싶었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아이폰 등장으로 인해 바뀐 세상, 그 낯선 문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말리는 내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선택해야 했다. 밀려드는 신문명 세계 속에서 방관자로 살 것인가, 죽든 살든 그 속에 뛰어들 것인가. 이 마음은 경쟁을 위한 결단이 아니다. 도태되지 않으려는 몇 만 년 전 원시인이 품었던 생존본능이기도 했다.

어느 날 마치 화살이 지나가듯 이야기 줄거리가 오른쪽에서 왼쪽 뇌 속으로 지나갔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 가지 않아도 될 길, 그 길이 나에게 손짓을 했다. 소설뿐 아니라 만화로도 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릴 것인가. 쉽지 않았다. 손으로 일일이 그리려니 손은 머리만큼 능숙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등장인물의 얼굴이 각각이다. 좌절이다. 손이 따라주지 않으니 며칠 동안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욕망이라면 욕망이고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지금 내가 만화를 그려서 뭐 어쩌겠는가. 그만 두고 소설이나 쓰자. 소설을 쓰려니 또 막막하다. 소설을 쓰면 또 뭐해? 사람들이 읽지도 않을 걸. 그럼 뭐하지? 땅속에 갇힌 듯 눈앞이 캄캄하다.

설마 밥이야 굶겠어? 하지만 생계가 해결 되지 않았던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죽음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신문에 삽화를 연재하던 삽화가는 자본시장의 무게에 눌려 결국 헤어 나오지 못했다.

소설 연재 한 컷 당 받는 그녀는 그저 교통비나 하고 커피나 사먹는 정도 밖에는 될 수 없는 돈을 손에 쥐고 생존의 위협을 느꼈으리라. 순수 예술로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나도 죽음과 맞먹는 공포를 마주했다. 조금만 버티자. 배짱으로. 너만 하냐? 나도 한다.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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