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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왕 즉위식에 대통령이 간다면

지난 일요일 아침 7시. 일왕이 사는 황거 근처에 고급 차량 50여대와 오토바이가 긴 행렬을 이뤘다. 오는 22일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식을 축하하는 퍼레이드의 예행연습이었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뚜껑이 없는 도요타 '센추리'를 타고, 일본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도쿄 시내 최중심부 4.6㎞를 지나게 된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 경제 회복의 자신감 등에 힘입어 30년만의 즉위식은 일본 전체의 축제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도 각국의 축하사절단 50여명과 '회담 러시'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참석자를 정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도 유효한 카드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다면 일본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일관계에 애정이 깊은 도쿄의 한 인사는 "3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나라의 잔칫날에 문 대통령이 온다면, 일본인들 마음속에 쌓여있는 앙금이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시발점으로 꼽는 분석이 많지만, 정작 일본인들이 분노했던 건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이었다. 식민지배의 고통을 겪은 한국인의 정서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천황제'가 곧 종교나 다름없는 일본인들에겐 '역린'을 건드렸던 것이다.



위안부 합의 파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잇단 악재로 일본 사회엔 문재인 정부를 '반일.친북 정권'으로 보는 인식이 퍼져있다.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이 기자들 앞에서 "수출 관리는 문재인 정권 이전엔 없었던 문제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자민당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온다면 확실히 임팩트는 있다. 한국이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주일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방일이 언급됐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정상의 전략적 결단이 있다면, 즉위식에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면서 물밑에서 모종의 특사가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관표 주일대사도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거라면 어떤 시도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 방일 시) 긍정적인 부분도 다 포함해서 본국에 보고했다"고 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방일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국내 여론이 가장 큰 장벽이다. 지난 수출규제 조치 때 일본의 지식인들이 아베 정권을 향해 "한국이 적인가"라고 외친 것은 한국인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은 그 자체로 일본을 향한 메시지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윤설영 /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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