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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청해진과 장보고, 그리고 월드옥타

15년 전쯤인 2000년대 초반에 '해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해신은 바다의 신을 뜻한다. 드라마 해신은 해상왕으로 불리는 장보고를 주인공으로 한 최인호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최수종의 연기력에 힘입어 더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장보고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글로벌 리더였다. 지금은 전라남도 완도로 불리는 청해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무예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고 이후 당나라 서주로 건너가 군인으로 활동했다.

역사서에는 그가 흥덕왕 3년 초 신라로 돌아와 해적에게 납치돼 노예로 팔리는 참상을 왕에게 전하고 완도에 군사 거점을 세워주면 그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흥덕왕은 장보고에게 1만여 명의 군대를 내주며 청해진대사로 임명한다. 그의 활약으로 해상에서 신라 노예를 매매하는 일이 사라졌다고 역사서는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 장보고는 무장으로서의 면모보다는 서남해 해상권을 장악하며 당과 일본은 물론 남방, 서역 여러 나라와의 무역에서 많은 이익을 취한 해상무역왕의 모습이 더 부각된다. 군인으로 성공하겠다고 뜻을 세운 장보고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군인으로 출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절감한다. 대신 돈을 벌기로 하고 무역업에 나선다. 당나라에 있는 신라계 유민을 조직화해 지금으로 보면 일종의 중계 무역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한다. 그의 말년은 정치에 관여하면서 비극으로 끝난다.

하지만 장보고가 그의 생을 통해 보여준 도전, 행동 실천, 거시적 안목, 능력 기준의 인재 발탁 등은 지금도 경영이나 무역에서 필요로 하는 항목이다.

14일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세계한인무역협회(이하 월드옥타)가 주최하는 제24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열린다. 말 그대로 5대양 7대주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인 경제인의 큰 잔치다. 1981년 결성됐으니 38년의 역사를 지녔다. 모국인 한국의 경제발전과 무역증진, 해외시장 진출에 기여하고 범세계적 한민족 경제 공동체 구현을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경제인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창립 당시 16개국 101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73개국 144개 지회로 성장했다. 정회원이 7000명 이상이고 차세대 회원은 2만1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한국 경제, 각 지역 한인사회와 주류사회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혀나갔고 한국 중소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취업지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모국 청년들이 해외 한인 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도 열성을 내고 있다. 2017년 발표된 자료를 보면 해외 한인의 경제적 가치는 13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당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의 경제력은 에콰도르나 도미니카공화국과 비슷한 규모로 커졌다. 한국에 역으로 진출한 미국 내 한인 기업이 200개에 육박할 정도다.

한국 정부는 장보고의 청해진 정신을 이어받고 활동하는 월드옥타에 대해 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해외 한인 무역인과 기업인이 불편 없이 한국과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는 완화하고 지원은 늘려야 한다.

월드옥타는 21세기의 청해진이며 그 회원 개개인이 장보고이기 때문이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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