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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 태풍과 때아닌 라면 논쟁

일본 열도가 태풍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였던 지난 12일 SNS상에서 벌어진 논쟁을 접했다. 비상식량 사재기로 텅 빈 일본 수퍼의 진열대에 한국 라면만 남아있는 사진을 두고 논란이 붙었다. '일본인은 태풍으로 나라가 망해도 한국 상품은 안 산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주장과 '매운 음식이 익숙지 않은 일본인에게 매운 한국 라면은 비상식량으로 맞지 않다'는 반론이 맞섰다. 개인적으로는 "언제 물이 끊길지 모르는 데 상식적으로 한국에 재난 상황이 닥쳤다고 하더라도 (비상식량으로) 불닭볶음면을 사겠느냐"는 댓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왜 한국 라면만 남았는지, 진짜 한국 라면만 남았는지 사진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웠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안타까운 건 초강력 태풍과 싸우는 이웃나라의 불행 앞에 이런 비문명적인 논쟁이 붙을 수 있는 한.일 관계의 현실이었다.

도쿄에서 한국 여론을 들여다보면 아찔할 때가 많다. '보이콧 재팬'이 대세인 한국에선 이번 태풍 피해로 인한 일본의 인적 피해에 대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합쳐 50명을 '돌파'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일본 SNS 속 '반한(反韓)' 여론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국 법무장관 관련 뉴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만큼 일본의 '노(NO) 문재인' 여론은 한국의 '노 아베' 못지않다. 오죽하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가 비하 논란까지 일으키며 문 대통령 이모티콘을 판매했을까.



일본의 유명 논픽션 작가는 최근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사회 내부의 반한 분위기에 대해 "'중국을 해치우자' '중국을 지원하는 미국도 해치우자'고 했던 1930년대 후반~40년대 초의 감정 흐름과 비슷하다"고 했다.

양국엔 SNS 선동 못지않게 대립을 부추기는 언론들도 있다. '조국'으로 두 동강 난 한국 내 혼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 서로의 약점을 후벼 파는 것에만 혈안이 된 듯한 한심한 보도들이 국민의 알권리로 포장돼 유통된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지인은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싸움이 아니라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있는 양국 국민들의 반목"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가다간 문재인.아베 정권이 끝나더라도 양국 국민들 사이의 앙금이 풀리기는 어려울지 모른다는 것이다.

양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과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지지 세력의 결속이나 정치적 반사이익을 의식한 탓에 양국 관계 고착 상태를 깰 만한 창조적인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리더가 머뭇거리는 사이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괴리는 이렇게 '괴물'처럼 커지고 있다.


서승욱 / 한국 중앙일보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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