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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아날로그 음악의 추억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아날로그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다시 느껴 볼 수 있는 LP레코드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프리마켓이나 거라지세일에서 거의 헐값에 살 수 있었던 중고 LP판이 귀한 몸이 됐고 유명 뮤지션들도 신곡을 LP판 버전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LP판을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도 보급형 신제품들이 속속 소개돼 저렴하게 좋아하는 음악을 아날로그 감성의 화이트 노이즈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

LP판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유년 시절 음악을 좋아하시던 외할머니 댁에서였다. 강아지가 축음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로고가 새겨진 RCA빅터 전축을 통해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생이 된 후엔 역시 음악애호가인 아버지가 애지중지하시던 마란츠 스테레오 전축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LP판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멜로디도 좋았지만 스테레오 사운드를 통해 악기들을 마치 현장에서 보는 것 같아 집안이 울릴 정도로 볼륨을 높여 자주 들었다.

음악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디오 음향기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오디오 마니아인 사촌형 덕분에 맥킨토시 진공관 앰프에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스피커와 토렌스 턴테이블이 재현해 내는 깊이 있으면서도 다이내믹한 음악을 종종 감상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집에 있는 동안에는 항상 선율이 흐를 정도로 음악은 일상생활의 일부였다.

일본 유학 시절에도 카페에서 파트타임 일을 통해 받은 첫 월급을 털어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하고는 수시로 타워레코드에 들러 음악CD를 한 두장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주로 도이치 그라마폰, 데카 레이블의 클래식을 비롯해 뉴에이지, 재즈음반이었다. 기억에 남는 앨범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협연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실황음반으로 매번 들을 때마다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곤 했다.



음악은 집에서 LP나 CD로 감상해도 충분하다고 여겼던 생각이 무너진 것은 공연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보게 되면서다. 눈으로 감상하는 음악은 또 다른 신세계였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실황 연주를 손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오디오라도 녹음된 음악을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재생할 뿐이지 지휘자의 몸짓부터 연주자들의 표정과 숨결까지는 전달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숨죽이고 감상하다가 연주가 끝나면 음악가에 경의를 표하는 ‘브라보’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이 쏟아지는 청중들의 박수갈채와 앙코르 연주는 공연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씨가 예술의 전당에서 펼쳤던 연주회에서 청중들에게 10곡에 가까운 앙코르곡을 선사해 자리를 뜨지 못했던 기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클라라 주미 강

클라라 주미 강

전기신호의 디지털이 전하는 음악이 아니라 나무와 금속과 현과 관이 공기를 울려 전하는 음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유명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코스타메사의 시거스트롬 콘서트홀에서 퍼시픽심포니와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인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협연에 나선다. 연중 세계 곳곳을 돌며 바쁘게 연주활동에 나서고 있는 강씨의 환상적인 연주를 꼭 한번 눈 앞에서 감상해 보길 권한다. 이번 공연에서 강씨의 1708년산 Ex-스트라디바리우스와 퍼시픽심포니의 데니스 김 악장의 1701년산 더쉬킨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2대의 명기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스페셜 보너스가 아닐까 싶다.


박낙희 / OC취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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