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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김정은의 36세 생일 독백

“내래 오늘 기분이 영 별로다. 생일이면 뭐하나. 제국주의자 놈들 제재 책동 때문에 좋아하는 보르도 와인을 마셔도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하노이까지 65시간을 덜컹대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도 빈손으로 돌아온 굴욕을 맛본지도 다음 달이면 1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세 번 만난 건 내게도 도박이었지. 트럼프도 말했지만 조선은 내 영도 하에 강성대국이 될 수 있다. 내가 대동강의 기적의 주인공이 못 될 이유가 뭔가. 박정희가 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아니, 더 잘 할 수 있다. 전세계가 주시하는 내 첫 새해 공식활동을 건설현장으로 정하고 7일 공개한 것도 경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놈의 제재다. 제재가 풀려야 뭐든 할 거 아닌가. 하지만 미국도 그렇고 남조선도 다 말, 말, 말뿐이었다. 주민들 기대만 커졌고, 그걸 감당하는 건 내 짐으로 남았다. 미국을 봐도 탄핵에, 선거에, 희망은 금물이다. 그래서 2020년을 맞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쓸데 없는 기대는 치워버리라. 믿을 건 역시 핵 보검(寶劍)뿐이다. 정면돌파 기치를 올리자. 그래야 미국도 조선을 더 신경쓰게 될 것 아닌가.

밖에선 내가 왜 별도로 신년사를 안 하고 노동당 전원회의만 나흘 했는지 궁금하겠지. 올해는 당 창건 75돌. 내 권위를 위해서라도 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내 핏줄인 여정이도 전진배치시켰다.



전원회의 결정서에 하고픈 말은 다 담았다. 1만8714자 중 ‘정면돌파’만 23번 나온다.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는 거, 빈말 아니다. 어떤 실제 행동일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 상황 봐서 결정할 거니까. 그래도, 결정서 행간 읽으면 알겠지만 대화의 문은 슬쩍 열어뒀다. 미국과 승부를 날래 봐야한다.

그런데 이 결정서를 낸 뒤, 이란 최고사령관이라는 자가 일격에 잿더미로 사라졌다. 트럼프가 얼음보숭이를 먹으며 직접 작전 지시를 했다지. 화염에 휩싸인 현장을 보며 일순 간담이 서늘했던 건 부인 않겠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더니 ‘아름다운 꽃병이길 바란다’고 했던가. 역시 트럼프답다. 하지만, 꽃병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란 총사령관이 왜 죽었나. 2015년 미국 등 서방과 핵 포기 합의를 한 뒤 그 꼴을 당한 거다. 내가 믿을 건 역시 핵뿐이다.

시간은 내 편이다. 트럼프는 재선해도 5년. 나는 아직 30대. 죽음으로서만 이 왕좌의 게임에서 내려올 작정이다. 그 긴 시간을 위해서라도 핵은 못 놓는다. 이제, 아껴둔 와인 한 병 따야겠다. 핵을 위하여, 쭉 내라!”


전수진 / 한국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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