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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병원 환자도 제겐 학생입니다"

LAUSD 병원학교 교사 베티나 이 교사
입원실 교실 삼아 영어·수학·역사 지도
'포스 휴마니타스' 비영리재단 설립도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또는 각종 특별활동 교습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그런 친구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각종 병으로 입원해 치료받는 아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공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병실을 찾아다니며 지도하는 교사가 있다. 한인 2세 베티나 이씨.

LA통합교육구(LAUSD) 소속 교사인 이씨의 정식 직책은 '병원 학교 교사(Hospital School Teacher)'. 암이나 낭포성 섬유증 등으로 병원에 장기 입원중인 환자이자 학생에게 영어와 수학, 역사 등 학교에서 지도하는 정규 과목을 가르친다. 교실은 아이들이 있는 병실이거나 병원 놀이방, 클리닉일 때도 있다. 킨더가튼부터 12학년생까지 평균 10명 정도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시간씩 커리큘럼에 따라 과목을 지도한다.

이씨는 "아픈 아이들이 가장 속상해 하는 게 바로 또래 친구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공부한다. 내가 몸이 아파도 수업을 빠뜨릴 수 없는 이유"라고 들려줬다.

이씨가 교사가 된 건 언니의 영향이 컸다. 대학 졸업 후 방송 관련 일을 했지만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씨는 언니의 조언에 따라 대학원에 진학해 특수교육학을 전공했다. 리시다고교와 태프트고교에서 6년을 가르치다가 10년 전부터 UCLA 마텔 어린이병원 교사로 합류했다.



이씨는 "병원학교 교사와 일반 교사와의 다른 점이 있다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풀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지만 이곳에서는 삶을 가르친다"며 "병과 싸우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 공부한 학점으로 대학에 진학한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교사직에 보람을 느낀다"는 이씨는 최근에도 혈액암으로 장기 입원했던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고 병도 성공적으로 이겨낸 후 자신처럼 아픈 학생을 돌봐주는 간호사가 되겠다면서 대학에 진학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 학교가 장점만 있지는 않다. 병원과 집을 왔다갔다 하면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LA통합교육구에서 현재 정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병원은 UCLA 마텔 어린이병원과 선셋가에 있는 어린이병원 2곳 뿐이다. 이들 병원 환자의 70%는 장기 입원 환자로, LAUSD는 학생들이 나중에 학교로 복귀했을 때 학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도록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지도한다. 하지만 병원 학교에 등록해 수업을 들으려면 최소 입원일수가 10일 이상이라는 증명서와 함께 현재 등록돼 있는 학교에서 제명됐음을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원 기간동안 병원에서 수업을 받았어도 퇴원후 원래 학교에 재입학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아 이를 우려한 학부모들은 이 프로그램 신청을 망설이게 만든다.

이러한 사정을 오랫동안 안타까워 했던 이씨는 멘토링과 개인지도 등을 제공하는 비영리재단 '포스후마니타스(Fors Humanitas)'를 설립했다.

낮에는 교사로, 저녁에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교육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암 등의 질환으로 고생하는 어린 환자 뿐만 아니라 편부모, 일반 문제 학생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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