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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어떻게 미국에 전염됐나…“최초 감염자 듀가 아니다”

애리조나대 연구팀
1970년 아이티서 넘어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페이션트 제로'(Patient Zero)를 찾아내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전염병을 처음 퍼뜨린 최초 감염자인 '페이션트 제로'를 찾아내 그에게서 얻은 정보를 단서 삼아 전염병의 원인과 감염 경로, 대처법을 연구했다. 최근까지도 미국 의학계의 가장 큰 미스테리 중 하나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가 어떻게 미국으로 건너오게 됐느냐 였다.

미국에서 에이즈 발병 초기 벌어진 일을 시간순으로 기록한 랜디 쉴츠의 베스트셀러 '그리고 밴드는 연주를 계속했다'(And The Band Played On)에서 페이션트 제로를 캐나다 국적의 비행기 승무원 개텐 듀가로 지목한 이후 듀가는 미국 에이즈 발병의 원흉으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이 최근 듀가에게서 페이션트 제로의 오명을 벗겨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26일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1970년대 초기 감염자 8명의 바이러스 샘플을 유전학적으로 검사한 결과 듀가가 에이즈를 퍼뜨리기 전인 1970년대 초반 이미 뉴욕에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HIV 바이러스는 1970년이나 1971년 아이티에서 미국으로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워로비 박사는 NPR에 "의사들이 발견하지 못한 채 몇 년이 흐르면서 뉴욕의 감염자들은 매해 2배씩 늘어났다. 그러다 1976년 감염자 1명이 샌프란시스코로 가면서 서부에도 급속도로 번져 1981년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당시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역병 행태를 연구하던 젊은 과학자 윌리엄 대로우가 왜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성애자들이 원인을 알 수없는 병으로 죽어가는지 역학조사에 나섰는데 서로 모르는 감염자 8명의 입에서 연인의 이름으로 동시에 나온 것이 캐나다 비행기 승무원 개텐 듀가였다. 20대로 젊고 잘생겼던 듀가는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CDC 과학자 대로우는 HIV 바이러스 보고서를 쓰면서 듀가의 이름을 '페이션트 O'로 적었지만 랜디 쉴츠가 쓴 '그리고 밴드는 연주를 계속했다'에서 듀가의 본명을 밝히고 이후 타임지를 비롯한 언론과 영화가 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듀가는 미국 HIV 바이러스의 '페이션트 제로'가 됐다.

연구를 이끈 워로비 박사는 "미국은 에이즈 위기 속에서 희생양을 삼을 악당이 필요했는데 듀가는 동성애자에 잘생겼고 외국인으로 그 조건에 딱 맞았다"며 "듀가가 HIV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즈음 이미 미국에는 수 천 명에 이르는 에이즈 감염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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