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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공범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일반인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KBS와 MBC 저녁뉴스가 세상을 보는 기준처럼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는 이를 정권 유지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방송사 사장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고 그를 통해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제한다.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과정이다. 능력 있고 비판적 시각을 가진 기자나 PD, 진행자는 사라져간다. 하지만, 대체 인물이 자리를 메우고 시간을 채우기 때문에 시청자(국민)는 무엇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바쁘고 피곤한 세상살이에 뉴스의 비중을 따질 겨를이 없다.

올 여름 한국 영화계는 화젯거리가 많았다. '군함도'를 시작으로 '택시운전사' '청년경찰' '살인자의 기억법'등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객몰이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또 은근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하나는 '공범자들', 다른 하나는 '김광석', 나머지 하나는 '저수지 게임'이다. 개봉된 세 편 모두 전·현직 기자와 PD가 제작했거나 주요 인물로 출연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공범자들'이나 '저수지 게임'은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편의 영화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MBC 방송국이 왜 지금 같은 상황을 맞이했는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과정과 결과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뿐 아니다. 실제 상황도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묻혀 있던 각종 비리와 의혹, 초법적인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배우 김여진과 문성근이 나체로 뒤엉켜 있던 사진조차 국정원에서 조작한 것으로 판명났다. 국가조직이 반정부 성향의 연예인을 매도하기 위해 이 같이 어설프고 치졸한 짓을 했다는 게 창피할 따름이다.

이제는 최종 지시자를 밝힐 차례다. 몸통은 물론 깃털과 꼬리까지 찾아내야 한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국가반역죄도 아니고, 단지 생각이 다르고 정권에 반대하는 언행을 한다 해서 국가조직을 동원해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부 야당과 보수 진영은 정치보복이고 보수 말살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논리는 오히려 애달프다.

적폐 청산은 진보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보수가 잘못한 일을 들춰내는 것이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결코 행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행한 것에 대해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법이 정한 기준과 상식을 벗어난 행위가 권력자와 그 일당에 의해 죄의식 없이 저질러졌다면 그 나라는 이미 독재국가요 전체주의 국가다. 따라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단죄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이지 정치보복으로 폄하될 수 없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권력이 무서워 협조하고, 퇴임 후에는 지난 일로 치부하며 침묵하던 '공범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잘못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것은 화합이 아니라 악을 키우는 일이다. 이제는 왜곡되고 틀어진 부분을 바로 잡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설 때다.


김병일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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