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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대응 더 큰 화…"폭력은 일회성 없다"

한인사회 가정폭력 실태 <1>
재정압박·체류신분 악용도 학대

#. 30대 A씨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불화가 시작됐다. A씨 남편은 LA한인타운 술집에 다니며 밖으로 돌았다. 남편은 항의하는 A씨에게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때론 아이가 자는 방문을 걷어차고 물건도 집어 던졌다. A씨는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그는 "시민권자와 결혼해 임시영주권이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 이 순간이 지나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 50대 직장인인 B씨는 집에 가는 길이 무겁다. 갱년기가 시작된 아내의 잔소리가 부쩍 심해졌다. B씨 아내는 남편을 이웃과 비교하며 '무능'을 탓했다. 잔소리의 원인은 돈이었다. 전업주부인 B씨 아내는 풍족한 경제생활을 원한다며 남편을 닦달한다. B씨는 아내의 거친 언사에 지쳐 한인가정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자신이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일상 속 불화와 폭력



지난 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이었다.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 조) 이웃케어클리닉(소장 애린 박)은 폭력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알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단체 관계자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의 행위가 '폭력'이라는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폭력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특히 가정 불화와 폭력을 순간의 위기로 모면하면 더 큰 화를 부르기 쉽다. 한인가정은 가정폭력을 집안 문제로 여겨 구성원 모두 덮고 지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가정 불화나 폭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초기 대처에 실패하면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인가정상담소 정은영 매니저는 "가정폭력 가해자의 70~80%가 유년시절 가정폭력에 노출된 경우다. 이들은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더 나빠진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잘못된 인식

가정폭력 하면 흔히 폭행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큰 오해다. 우선 가정폭력의 정의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배우자나 파트너 상대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힘과 금전'으로 좌지우지하려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신체 폭행 외에 '의도적인 협박 언어 폭력 성적 폭력 정서적 폭력 금전을 이유로 한 재정압박 물건 던지기 체류신분 악용' 등 학대(abuse)적 행동도 모두 가정폭력 유형이다.

▶혹시 나도 가해자?

전문가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갑과 을의 상하관계를 정립하려는 한국식 가부장 문화는 가정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미국 사회는 가족 구성원을 '동등한 인격체'의 조합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가장이 집안의 최고 권위자라는 사고방식은 일찌감치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여성이 남성에게 의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한인가정상담소 측은 생활고 문제 등을 이유로 남편을 구박하는 아내 역시 가정폭력 가해자라고 전했다.

한인가정상담소 제니퍼 오 매니저는 "미국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상황을 폭력적이라고 본다"면서 배우자나 자녀를 나와 똑같은 인격체 평등과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가치가 한인 가정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의 악순환

가정폭력은 교육 및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발생한다. 특히 부부 중 자신의 유년시절 부모의 폭력적 행동이 기억에 남아 있다면 가정폭력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한인가정상담소 정은영 매니저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자녀는 폭력 성향을 내면화해 훗날 똑같은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폭력을 습득했다고 볼 수 있다. 부모가 본보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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