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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최선을 다하면 목표는 이뤄집니다" 34년 은행원 생활 마감 조혜영 태평양 은행 행장

[LA중앙일보] 발행 2017/12/11 경제 2면 기사입력 2017/12/10 12:43

텔러 시작 행장까지 올라
"고객이 가장 중요한 자산"
직원·고객 포용의 리더십
소신·용기·순리 3가지 신조

34년의 행원 생활을 정리하는 태평양은행의 조혜영 행장. 김상진 기자

34년의 행원 생활을 정리하는 태평양은행의 조혜영 행장. 김상진 기자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세우고 항상 최선을 다하면 행장도 될 수 있습니다."

말단 행원에서 시작해 은행 설립에 참여했고, 그 은행의 행장까지 올랐던 성공신화의 주인공 조혜영 태평양은행 행장이 이달 말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조 행장은 말처럼 34년 동안 쉼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고, 이제 후배인 헨리 김 신임 행장에게 바통을 넘긴다.

"행장 내부승진의 전통을 이어가 직원들의 사기가 더욱 높아졌다"는 조 행장은 "'나도 열심히 하면 행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댁에서 은행원으로

결혼과 함께 미국땅을 밟은 조 행장은 유학 계획 대신 가주외환은행 공채 1기(1983년)에 문을 두드렸다. 이게 그의 34년 행원 역사 서막일 줄은 당시엔 꿈에도 몰랐다. 10대1의 경쟁을 뚫고 인사과장을 돕는 관리직으로 출발했지만 기본부터 차근차근 은행 업무를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텔러직에 자원했다.

텔러 근무 당시부터 문제를 보면 해결하려 했고, 업무 효율성을 고민했다. 그 덕분인지 단기간에 치프 텔러자리까지 꿰찼다.

입행 후 2년 6개월 만에 한 지점장의 강력한 권유로 한미은행의 신규계좌 담당자로 이직하게 된다. 17년 7개월 동안 한미에서 오퍼레이션 오피서, 올림픽 지점장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바쁜 은행일을 하면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는 등 주경야독도 마다하지 않았다. 직접 고객들을 만나러 여기저기 뛰어다녔더니 어느새 그들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 돼 있더라고 한다.

평소 그의 성실함과 친절, 영업력까지 눈여겨 봐왔던 태평양은행의 장정찬 초대 행장(당시 한미은행 부행장)은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제안을 하게 된다. 새로 설립하는 태평양은행으로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올림픽 지점장으로서 6자리 연봉을 받고 탄탄한 고객 베이스를 보유해 매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던 그에게 제안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았다. 정말 큰 도전이었다. 당시 한인타운에서 지점장으로 6자리 연봉을 받는 지점장은 3명 뿐이었다는 게 조 행장의 기억이다. 남편과 아버지를 제외하곤 주위 모든 사람들이 그를 만류했다고 한다.

"남편은 본인의 능력을 믿고 도전하겠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며 등을 두드려 줬고 아버지도 '함 해봐라'라는 말로 힘이 돼 주셨습니다.그들의 응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텔러의 성공신화

태평양은행의 전무로 근무하며 지점장들을 아우르고 탁월한 영업력까지 보인 그는 2010년 태평양은행의 2대 행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텔러로 시작해서 행장이라는 최고위직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행장이 됐다는 기쁨보단 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를 짓눌렀다. 2008년의 금융위기 여파가 한인 은행권에도 위기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2010년 161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더니 누적적자가 6000만 달러로 빠르게 불어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출이 깨지면서 손쓸 방도가 없어 보였다. 헨리 김 당시 수석 전무와 매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우느라 선잠을 자는 게 일상이 됐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김 전무도 그렇고 … 그러나 직원들, 이사들, 투자자들 무엇보다도 우리를 믿고 은행거래를 해준 고객들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절망은 그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은행을 일으켜 세우고 떠나야 한다는 굳은 다짐으로 바뀌었습니다."

조 행장을 포함한 직원들과 이사회는 하나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돌파했다. 결국 2011년에 8만 달러의 영업 이익을 내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426만 달러에 달하는 데다 자산 규모도 15억 달러 육박하고 은행 상장도 추진하는 중형 은행으로 키워 냈다.

포용력의 리더십

조 행장이 은행을 정상 궤도에 진입시킨 데는 그만이 가진 포용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주변의 평판이다. 현모양처를 꿈꾸던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말이 있다.

'은행의 훌륭한 자산은 직원이고 직원에게 최고 자산은 고객'이라는 말이다. 인재의 중요성과 대고객 서비스 정신 강조가 내포돼 있는 말이다. 직원과 고객 모두를 포용하는 그의 리더십 덕에 14년 된 은행에는 10년 이상 근속 직원과 설립 후 계속 이용해 주는 충성 고객도 꽤 많다.

그는 직원 또는 고객과 마찰이 생기는 간부들에게 "모든 사람은 장점 한가지는 갖고 있다. 그걸 찾아내면 부딪힘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실제 단점만 보면 좋아하던 사람도 싫어하게 마련이다.

조 행장은 그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소신.용기.순리 등을 리더의 3대 미덕으로 꼽았다. 은행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소신있게 밀고 나가야 하며 추진 중에 위험이 닥쳐도 감수하고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쏟아 부었는데도 성취 또는 해결하지 못한 건 조바심을 버리고 순리에 맡겨야 한다. 뭐든지 무리하면 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행장에서 이사로

한인 금융권에서 행장이 이사로 남는 것도 처음으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이사회는 은행 창립부터 금융위기에서 훌륭한 은행으로 성장시킨 그의 공로를 인정해 태평양은행의 지주사와 은행 이사로 영입을 결정했다.

그는 내년 초 이사회에 바로 합류하는 대신 그동안 미뤘던 여행을 1개월 반 정도 떠날 계획이다.

하지만, 그의 옆자리는 여전히 허전하다. 외조로 그의 성공에 50% 지분을 가진 남편이 4년 전 다른 세상으로 먼저 갔기 때문이다.

"연임만 하고 물러나 같이 손잡고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 그와의 약속을 지키는 의미에서도 이사회의 행장 추가 연임 요청을 고사했습니다. 뛰어난 능력의 후임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조 행장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떠나질 않고 머물렀다.

약력

조혜영 행장

2011.10~현재 태평양 은행장·최고경영자(CEO)

2010.5~2011.9 태평양 은행장(President)·최고운영책임자(COO)
2006.1~2010.4 태평양은행 전무·최고운영책임자(COO)

2003.9~2005.12 태평양은행 전무·최고포트폴리오책임자(CPO)

1986.4~2003.8 한미은행 부행장(SVP).지점장

1983.3~1986.3 가주외환은행 오퍼레이션 담당 등

조 행장은 덕성대학교를 졸업하고 피닉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했으며 콜로라도 뱅킹대학원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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