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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디지털 디톡스

진성철 / 경제부 차장
진성철 / 경제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7/12/1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7/12/12 19:46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 도착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혹시나 떨어뜨렸는지 차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날씨, 기온, 도로 교통 상황을 체크한 뒤 겉옷에 넣어 둔 채 집에 놓고 온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손에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 허전함이 매우 컸다. 또 읽어야 할 이메일이나 문자를 놓치거나 스마트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못한다는 등의 걱정이 들었다. 특정 관심사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없으니 불안감까지 엄습하기 시작했다.

일단 컴퓨터로 이메일은 확인할 수 있고 다행히 카카오톡도 깔아놔 실시간 채팅도 가능해지자 불안했던 마음이 잦아들었다. 다만, 취재원들과의 연락이 문제였다. 그들의 전화번호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집 번호 외에 가족들의 셀폰 번호도 가물가물해 하는 내가 참 한심했다.

귀가해 스마트폰을 손에 쥐이니 왠지 뿌듯했다. 받지 못한 전화, 문자, 뉴스 등을 확인하면서 안도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내가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살아왔는지 실감하게 한 계기였다.

다른 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자 행태가 궁금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2015·16·17년 모바일 트렌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가 스마트폰을 침대 옆 나이트 스탠드에 올려 둔다고 답했고 심지어 16%는 스마트폰을 침대에 두고 있다고 했다. 즉, 10명 중 7명 넘게 스마트폰을 지척에 두고 있는 것. 또 35%는 아침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스마트폰이라 말했으며 23%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인 채 잠든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은 짧은 대화는 문자가 더 편하다고 했으며 스마트폰과 친구 중 하나를 하루 동안 끊으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친구와의 연락을 하지 않겠다는 비율도 30%나 됐다. 스마트폰이 면대면 대화 단절도 야기하고 인간관계도 잠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10명 중 4명 가까이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몸비 안전사고의 점증세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보행자들이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걷다가 각종 사고를 당하면서 나온 말이다.

주말 동안만이라도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마트폰을 포함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24시간 이상 생활해 보기로 한 것. 이 말의 등장은 디지털 기기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우리 일상을 해치는 독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다.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 뇌를 쉬게 해주고 오프라인 만남을 늘려 디지털기기에 매달리는 시간을 줄인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만들어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고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 건강도 챙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디톡스는 남이 강요해서 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 느끼고 자신의 의지로 디지털 기기의 의존도를 줄여가야 한다.

한참 유행했던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를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셔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로 바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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