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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인의 오만과 시민의 각성

'감정에만 호소한 시장과 시의장 vs 합리적 질문과 대화통한 해결 요구한 시민.'

5월 2일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10지구)이 LA한인타운에서 '24시간 노숙자 임시 셸터' 조성 계획을 통보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두 정치인은 한인타운 주민과 연대를 늘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개선장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리둥절 하는 이유다.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셸터 조성에 관한 주민들 질문은 이 시점에서 시작됐다. '조례안을 발의하기도 전에 셸터 후보지(682 S. Vermont Ave)가 확정된 양 못을 박은 이유가 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 여론수렴과 참여를 왜 배제하는가' '임시 셸터 좋다. 주민과 대화해서 합리적 대안을 찾자' '지난 5년 동안 한인타운 각종 난개발을 승인해 저소득층을 쫓아낸 사람은 누군가' '합리적 절차와 타당성 검토가 선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은가'

1~5차 시민집회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처음 집회에 참여한다"는 한인타운 주민들 분노는 예상보다 강렬하다. 지난 3일 LA한인타운 윌셔/버몬트 5차 시민집회에 모인 2500여 명은 가세티 LA시장과 웨슨 시의장에게 '읍소'도 했다. 제발 주민들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는 호소다. 같이 대화하고 노숙자 문제를 함께 풀자는 외침이었다.



주민의 합리적 질문과 호소는 지난 18일 시청 앞에서 웨슨 시의장이 주최한 관제행사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웨슨 시의장은 가세티 시장과 시의원 4명 공무원과 노조 노숙자 지원단체 관계자 200여 명을 동원해 '노숙자 인권' 등 감정만 호소했다.

합리적 이성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미국 민주주의와 정치의 뿌리다. 시민은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데 시장과 시의장은 피하고만 있다. 웨슨 시의장에게 한인타운 주민들이 당신과 대화를 원한다고 질문하자 "그들과 일일이 대화할 수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선출직 정치인과 유권자가 대면하는 '타운홀 미팅'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달아야 했다.

LA시장과 시의장은 유권자와 대립의 길로 나가려는 모습이다. 또한 임시 셸터 이슈가 터진 초반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은 노숙자 대책 졸속행정과 일방통보를 면피하려 '한인사회가 노숙자 셸터를 반대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류사회도 한인타운 주민 목소리에 주목하고 '민주주의 절차 오류'를 지적하자 시장은 "더 나은 절차와 여론수렴 요구 자세를 존중한다"고 짐짓 태도를 바꿨다.

시민집회 현장은 '각성 공간'이 되고 있다. 풀뿌리 시민운동이 빛을 발했다. "정치인의 오만과 독선을 잊지 않겠다"고 더 크게 외쳐야 한다. 시민집회 중앙무대에 오른 피오나 연(12) 양은 잔뜩 긴장한 모습과 떨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시장과 시의원은 시민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왜 공청회 등을 하지 않나요?" 어린이 질문에 이제 어른이 답할 차례다.


김형재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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