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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교회와 비즈니스가 섞일 때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물론 건물을 특별하게 여기는 정서는 존재합니다. 교계에서 건물은 곧 '성전'으로 인식되니까요. 그동안 개신교 일각에서 성장을 위해 확장 동기나 중축 명분을 내세우며 건물에 과도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 결과입니다. 혹은 신을 건물에 가두려 했던 인간의 우매함이 빚어낸 그릇된 정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건물에 대한 집착과 교회의 정체성을 건축물과 연결짓는 왜곡을 낳았습니다.

교회는 건물로 규정될 수 없습니다. 그 자체가 가진 고결한 '존재성'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면 사고의 관점은 달라집니다.

최근 남가주 지역 한 교회가 이전을 위해 '여호와의 증인'에 교회 매각을 추진해 논란이 됐습니다. 아마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으로 규정한 개신교는 성전이 타종교에 팔린다는 걸 쉽게 용납할 수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초점은 매각 대상과 건물이 아닌, '교회 이전'에 대한 명분과 원인에 맞춰져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수많은 교회가 안고 있는 재정 문제, 추구하는 방향, 운영 운리 등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교회는 "지역 특성상 교인이 늘지 않아 재정적으로 어려웠고 건물 유지도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현재 이들은 건물을 매각해 교회가 커질 수 있는 곳으로 이전을 계획중입니다. 한인 밀집 지역, 프리웨이와의 접근성 등을 주요 이전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취재 가운데 정작 안타까웠던 건 어느새 비즈니스적 개념과 뒤섞여버린 '종교'의 현실이었습니다. 개척시 '명당'이라 함은 교회 부족 지역이 아닌, 교회를 키워줄 환경적 의미로 대체됐습니다. 성장과 부흥이 마치 크기와 숫자로 인식되고, 교회의 존립이 자본과 묶여버린 실상이었습니다.

인간의 영적인 부분을 다루는 종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추구하는 방향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목적이 뒤섞이면 정체성은 흔들립니다.

자칫하면 기독교판 '영리 추구'의 도구로 사람이 이용될 우려도 따릅니다. 현재 교계 생리상 사람은 '돈(헌금)', 영향력은 '숫자'와 밀접하다 보니 순식간에 비즈니스적 사고로 전환될 위험이 도사립니다. 교회가 인간이란 실존적 존재를 반드시 '영혼'으로 인식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교회 건물은 언제든지 옮겨질 수 있습니다. 다만, 교회의 존재성은 건물이나 사람이 아닌 언제나 '영혼'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교회가 커지는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고 위치를 옮긴다면, 그 지역 영혼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그러면서 교회가 '선교'를 외칠 수는 없을 겁니다.

종교가 비즈니스와 섞일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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