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이젠 무거운 이름표를 떼어줍시다

신문 기자의 아내도 글을 잘 써야 합니까.

남편이 언론계에 종사한다고 그 아내에게까지 기자의 이미지를 결부시키거나 저널리스트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 부모가 교수여도 얼마든지 공부를 못할 수 있고 법관의 자식도 법을 위반할 때가 있습니다.

개인의 정체성을 타인이나 주변 존재를 통해 규정하고 판단하는건 참으로 넌센스입니다. 인간은 각각의 존재적 특성을 가진 개체로서 인정돼야 하고 존중 받아야만 합니다.

두주에 걸쳐 종교면 기획시리즈로 목회자 가족에 대한 교계내 현실적 인식을 취재해봤습니다.



교계에서 목사의 아내(사모)는 특별하며 그들의 자녀는 달라야 합니다. 남편이 아버지가 '목사'라 그렇습니다.

교인들에게 목사라는 직분은 곧 성직으로 수용됩니다. 때론 '제사장' 또는 '기름부은 받은 종'으로까지 추앙하며 수직적인 관계로 여깁니다. 이는 목사를 특정한 직분으로 잘못 인식한 결과입니다. 결국 왜곡된 렌즈로 목사를 올려다보니 그들의 가족 구성원까지 특별하게 지칭해버렸습니다. 이상한 시선과 의미들이 응집된 '사모'나 'PK(Pastor's Kid)'는 교계내 깊이 뿌리 내린 '성직주의'가 낳은 하나의 폐단적 용어입니다.

교계가 무의식 또는 암묵적으로 목회자 가족에게 붙여버린 명칭은 무거운 이름표입니다. 막상 취재를 해보니 심지어 그들 스스로 정체성이 심각하게 왜곡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명 작은 사모(부목사 아내)가 큰 사모(담임목사 아내)에게 따귀를 맞고도 남편 목회에 피해가 갈까봐 참아야 했다는 증언은 충격이었습니다. 목사의 아내가 되는 것을 마치 영적으로 거룩한 신분을 갖는 것처럼 유별나게 인지하는 예비 사모(?) 부담감이 싫어 교회까지 등진 자녀 등 안타까운 모습도 접했습니다.

이젠 한인 교계도 직분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개신교는 성경적으로 '만인 사제론'을 중시합니다. 목회자는 특수한 신적 권위가 부여된 계층으로 구분돼야할게 아니라 '성도' 중 하나일 뿐입니다. 목사는 직분과 기능에 따른 역할의 차이로 봐야합니다.

교인이라면 비단 목사 뿐 아니라 기자 의사 청소부 세일즈맨 가정주부 변호사 등 모두가 진정한 성도로서 '제사장'의 신분을 갖고 각자의 영역에서 주어진 역할을 통해 '성직'을 감당하는겁니다.

모두가 같은 위치라 해서 '목사'라는 직책에 대한 고유의 역할을 폄하할 수 없고 절대 그들에 대한 존경도 훼손해선 안됩니다. 다만 목회자를 특정하게 바라보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합니다. 목사의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그만 그들에게 붙어있는 무거운 이름표를 떼어줍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