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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샌프란시스코에 동성애자가 많은 이유

천문권/중앙일보 SF총국 편집국장

"뭐? 샌프란시스코로 발령? 아니, 총각이 거기 가면…" (침묵) "혹시, 니 남자 좋아하는 거 아이가?" "네? 아부지 뭔 말입니까? 절대, 네버, 아닙니다. 회사 발령입니다."

팔순을 훌쩍 넘긴 부친의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인상. 단번에 '샌프란시스코는 동성애'다. 실제 틀리지 않다.

UCLA윌리엄스 연구소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인구 82만명 중 15.4% 넘는 숫자가 동성애, 혹은 양성애자라는 통계를 내놨다. 대충 봐도 12만6000명. 통상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을 합해 샌프란시스코라고 부른다. 베이 지역 절반 정도인 실리콘밸리에도 LGBT가 많다. 이들 지역 전체의 인구는 대략 700만명, LGBT가 10%라 쳐도 약 70만명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더 많다. "같은 사무실 직원 5명 중의 1명은 LGBT지."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머릿글자다.



왜 하필 샌프란시스코일까?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근원은 태평양 전쟁이다. 전장으로 나간 미군은 연인원 300여만명.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3년10개월간의 전쟁.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그 기간 젊은 군인 일부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됐다. 정부는 이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퇴치(?)'에 나섰고 제대시켰다. 이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다. 같은 아픔(?)의 성소수자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모였다. 타 지역에도 소문이 난다, '차별이 덜 하다더라.' 샌프란시스코로 차츰 모여들게 된다.

이는 성소수자 외에 다양한 개성과 삶의 방식을 가진 '문화적 소수자'들을 모으는 계기도 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들의 자유로움은 발산된다. 1960년대 반전 평화운동, 히피문화 태동, 새로운 음악 장르들. 이 '자유'가 하나 둘 모여 조화를 이룬다.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6월 샌프란시스코 가장 큰 축제는 무지개색 깃발이 물들이는 '캐스트로 퍼레이드'다. 여기 참가자 150만명의 반이 동성애자, 반이 이성애자가 된 지는 오래됐다. 이 깃발 조차도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감이다. 올림픽의 오륜기는 대륙을 5개 색으로 표현했다. 레인보우기는 7가지 '성정체성, 삶, 치유, 자연, 예술, 조화, 영혼'을 상징한다. 1989년 존 스토우토라는 사람이 아파트 발코니에 레인보우기를 내걸었다가 이를 금지한 집주인에게 소송해 승리했다. 소수자 문화와 표현의 자유가 이긴 셈이다. 이후 깃발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자유로움과 조화를 이룰만한 통제도 가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망언을 했던 하시모토 도루 일본 오사카 시장이 자매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려고 했다. 그때 시는 "시민이 환영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여성 인권을 무시하고 주변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는 사람. 그를 '자유, 개방, 관용'을 품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내용이다.

캘리포니아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대도시는 LA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정체성이 더 잘 보이는 도시는 샌프란시스코다.

이는 미국이 가진 현대 자유주의 정신, 그 본고장이 샌프란시스코이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경관과 야경, 스카이라인. 세계 최고의 대학들과 석학, IT기업들이 뒤섞여 경쟁하며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낸 곳.

방문할 때 이 '자유와 조화'를 염두에 둔다면 아마 샌프란시스코가 달라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걱정하시는 아버님께 한마디. "아버님. 저는 자유와 조화를 사랑합니다만, 여자를 더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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