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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현재를 살아가는 스물 아홉들에게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04/18 07:32

이소영/언론인

스물아홉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남다르다. 오춘기라고 불릴 만큼 복잡미묘한 감정을 겪게 되는 마법의 시점이다. 열아홉에서 스무 살이 될 때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가득했다. 어서 어엿한 성인이 되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에는 해놓은 것도 없이 벌써 장년층으로 진입한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컸다. 그 당시 질풍노도의 오춘기를 겪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이 써놓은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탐독하고 소화 흡수시키는 것뿐.

그 시기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이다. 우선 자극적인 책 제목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게다가 ‘제1회 일본감동대상 수상작’, ‘작가 하야마 아마리의 자전적 에세이’ 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끌려 “도대체 이 여자에게 스물아홉 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리의 스물아홉 해 생일은 항상 그랬듯이 혼자였다. 파견사원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애인에게도 버림받았으며, 예쁘지도 친구가 많지도 않다. 스물아홉 생일에 아마리는 편의점에서 사 온 찌그러진 딸기 케이크를 먹으면서 스스로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다. 그리고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로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아마리의 계획대로라면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 날, 완전한 빈털터리가 되거나 아니면 거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결과는 상관없었다. 가장 화려한 곳,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표출되는 그 현장에서 화끈한 도박 게임을 마치고 알약을 입에 털어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11시 59분, 맞춰 놓았던 알람이 울리자 아마리는 게임을 끝낸다. 호텔 방에 올라와 결과를 확인해보니 결국 5달러를 땄다. 그때 5달러짜리 지폐 속의 링컨이 말을 걸었다. “승리를 축하한다, 아마리!”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왔을 이 5달러짜리 지폐가 갑자기 나를 뭉클하게 했다. 1년이라는 치열한 시간을 환전해서 여기까지 날아와 인생을 건 도박 끝에 5달러를 번 것이다. (…) “그래, 이긴 거야. 달랑 5달러지만 난 이긴 거야!” (…) 불현듯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은 비긴 것이다. 하지만 너에게 5달러를 남겨 준다. 그러니 이제 다시 너의 게임을 시작하라.” (…) 내가 알던 그녀는 어제 죽었다. 이로써 나는 또 다른 오늘을 얻었고, 인생의 연장전을 이어가게 되었다. 서른 살 첫날, 내가 받은 선물은 생명이었다.’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본문 중에서>

아마리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계획을 세운 후부터 하루에 4시간씩 잠자고 밤낮으로 일했지만 하나도 힘들지가 않았다. 목표와 계획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한부로 정한 1년이 아마리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29년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삶이었다.

얼핏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자살방지 캠페인 수준의 뻔한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아마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결핍이 욕구를 만들고 욕구가 변화를, 행동을 가져온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물아홉. 어리지도 농익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 돌이켜보면 나의 스물아홉은 가장 눈부신 시기였다.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만한 자신감도 생겼고,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독립한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눈부신 나이인 줄 모르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만 키워갔다. 영화에서처럼 과거 어딘가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스물아홉 그때를 꼽겠다. 돌아가서 불안 초조한 스물아홉이 아닌 후회 없는 스물아홉을 보내고 기쁘게 서른을 맞이하고 싶다.

지금 방황하는 이십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충분히 고민하고 괴로워하라. 그리고 품어왔던 꿈이 있다면 저돌적으로 달려나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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