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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숙제 말고 ‘출제’ 잘하는 통섭형 인재가 되길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05/02 07:20

이소영/언론인

비빔밥은 참 묘한 음식이다. 멀쩡하게 차려진 밥과 반찬을 한데 모아 비비는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은 의아해하지만, 한입 맛본 순간 놀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비벼냈을 때 예상치 못한 맛이 나온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어떤 인연과 경험이 어우러져 새로운 계기가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통섭의 대가로 꼽히는 최재천 교수와의 인연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 해도 통섭학은 생소한 이론이었고 학계 전문용어로 인식됐다. 인터뷰를 위해 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는데 명함에 ‘알면 사랑한다’는 손글씨를 적어주셨다. 그 자리에서 ‘알면 사랑한다’의 속뜻을 듣고 나니 전선에 앉은 참새 한 마리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최재천 교수는 사람 사는 이치를 자연과 동물의 생태계에 빗대어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2년 뒤 서점에서 반가운 이름을 마주했다. 최재천 교수가 쓴 ‘통섭적 인생의 권유’이다. 그날 인터뷰에서 들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칸막이를 허물고 분야를 넘나들면서 활동해온 최 교수의 발언을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그동안의 통섭 이론이 에드워드 윌슨의 책 ‘Consilience’를 우리말로 번역해 놓는 데 그쳤다면 ‘통섭적 인생의 권유’는 통섭 이론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인간과 환경, 교육에 이르기까지 제시한 분야 또한 다양하다. 우리 식으로 재해석하고 다듬은 통섭 이론 실전편이라고 불릴만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세계적인 평가 기관들이 하나같이 최상위 등급을 매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만들라는 숙제를 내주면 제법 잘한다. 온갖 기술을 동원하고, 디자인까지 그럴듯하게 잘 뽑아낸다. 그런데 ‘숙제’는 잘하면서 왜 ‘출제’는 못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삼성, LG 같은 기업들도 다 만드는데 어째서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갖고 나와 한번 흔들기만 하면 전 세계가 자지러지는 것일까.” <최재천의 ‘통섭적 인생의 권유’ 본문 중>

남이 시킨 숙제는 잘하면서 정작 출제는 못 하는 우리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기술이 충분한데도 아직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하청업만 하는 이유는 개발 기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엮는 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최재천 교수는 특히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담을 넘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의 인재는 한 분야만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한 융합형 인재라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이미 15년 전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좌우명, ‘알면 사랑한다’에 해답이 있다. 최 교수는 모든 동식물에 관심을 두고 자연의 일부로 더불어 살다 보면 사물을 달리 볼 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생명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한 그의 노력이 혜안으로 이어진 것이다.

통섭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낯설다. 도대체 어떤 삶이 통섭적 인생인지 아리송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피카소의 삶을 엿보자.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발휘했다. 이를테면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칠 수 있었다. 통섭적 인생은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하는 피카소처럼 사는 태도이다. 이렇게 하나만 고수하는 태도를 버리고 이곳저곳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통섭적 인생을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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