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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인간과 로봇의 공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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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06/20 07:25

이소영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은 흥미진진했다. 다섯 번의 대국이 펼쳐지는 동안 알파고가 네 번이나 이겨 인간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기계가 인간의 추론 능력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애초 예상이 보기 좋게 빗겨났다. 알파고의 능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기계답게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빠르게 계산해냈고, 유리할 때는 안전운행을, 불리할 때에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속도 조절을 해나가기도 했다. 인간이 만든 게임 중 가장 복잡하다고 꼽히는 바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점령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도발을 예견한 책이 있다. 체코 출신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대 발표한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사진)이다. 로봇은 체코어로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 로보타(robota)’라는 뜻으로 이 작품에서 최초로 사용한 단어이다.

어느 외딴 섬에 있는 로숨회사 로봇 공장에서 로봇들이 생산되고 완제품은 유럽 각지로 팔려나간다. 인간은 먹고 노는 일에만 몰두하고 로봇들이 인간을 대신해 일한다. 로봇의 수가 많아지자 로봇 인권 운동을 하던 헬레나가 로숨의 공장을 찾아온다.

처음에 로봇은 인간을 노동의 부담에서 해방해 일종의 유토피아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로봇들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집단 살육하고 결국에는 지구를 지배하는 새롭고 우월한 종으로 군림한다. 로봇이 생식기능까지 갖춤으로써 인류의 후예로 거듭난다는 결말은 섬뜩하다.

작품은 헬레나와 헬레나 주위의 인물을 통해서 로봇이 과연 인간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인류를 위협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외와 사랑의 회복이라고 경고한다.

차페크는 사람 같은 로봇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면서 인간이 생산해 낸 기계가 인간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의 의무이자 삶의 목적이기도 했던 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바로 생명을 가지고 있는 인간성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희곡 속에 파국을 막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부정적인 암흑세계를 픽션으로 담고 있지만 무작정 무겁지만은 않다. 유머와 위트로 가득한 블랙 코미디다.

1920년대 희곡으로 존재했던 로봇 세상이 이제 현실이 됐다. 로봇 청소기는 상용화됐고, 수술하는 로봇, 운전하는 로봇 등 그 역할도 다양하다. 알파고의 승리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영역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벌써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내주고 졸지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들린다.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1980, 90년대에 제작된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서는 인간을 위협하는 로봇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제작된 ‘아이로봇’, ‘월-E’에서는 한 편의 영화 속에 악당 로봇과 착한 로봇이 동시에 등장한다. 두 영화 모두 착한 로봇이 인간을 도와 악당 로봇을 처치하는 결말이다.

심지어 인간과 로봇이 서로 희생하고 화해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첨단 기계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어떻게 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로봇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컴퓨터와 기계를 보다 친근한 존재로 여기게 된 현실을 영화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보여준 미래사회 또한 멀지 않은 현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페크의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같은 비극적 결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인간은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기계는 기계의 일을 충실히 해나갈 때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로숨회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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