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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사람과 세상을 잇는 그물, 해시태그

반음 올려 검은 건반을 누르는 '샵(#)' 기호가 출몰하는 악보는 흡사 전쟁터였다. 앞에서 눌렀는데 뒤에 되돌리라는 명령이 없으면 계속 샵을 눌러야 하니 잊어서도 안됐다. 어리고 말랑한 뇌주름에 콕 박힌, 긴장되는 '#' 기호는 오래도록 검은 건반을 뜻했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슬슬 전화기 우물 '정' 버튼으로 인식되고 아파트 호수를 알리는 숫자용 기호로 보이고 마침내 소셜 동네의 '해시태그'로 눈에 들어오게 된 건 내 정신건강에는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시태그. 바삭한 해시브라운처럼 생긴 요 '#' 기호는 현재 전 세계 소셜미디어 유저들을 순식간에 헤쳐 모여 만드는 막강 명령어다. '해시(hash)' 기호를 써서 게시물에 꼬리표를 달아 묶는(tag) 것이 해시태그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키워드' 형식으로 주제어를 넣어 자신의 게시물에 첨부하면 자동 링크가 생성되어 같은 키워드를 달고 있는 게시물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다.

일반 웹 검색의 결과물은 프로그래머가 문서 내의 키워드만을 불러올 수 있도록 소스를 넣거나 카테고리를 분류하여 두면 검색 로봇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해시태그는 작성자 본인이 자신의 글을 카테고리화 하고 키워드를 선정, 해시태그로 공유하고 그룹화할 수 있는 '주체적인' 검색 방법이다. 또한 글이 없는 사진이나 영상에도 해시태그 키워드를 달아 유사한 게시물과 연결시킬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해시태그가 단순히 검색용 분류 코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 사회 운동의 깃발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PrayFor00'는 최근 거듭되는 테러 참사에 가장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해시태그다. 수년 전 파리 테러 참사 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일제히 등장한 '#PrayForParis' 해시태그는 테러 희생자들과 파리 시민들을 위로하는 전 지구인들의 자발적 연대감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국제적인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prayforsanbernadino' '#prayfororlando' 등 소셜 애도의 베이식으로 일반화되었다.

흑인에 대한 경찰 총격 문제에 대해 흑인 인권의 소중함을 항변하는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도 각종 소셜 게시물과 뉴스에 앞다투어 첨부되어 하나의 시민 운동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 유행 중인 해시태그 '#IWearWhatIWant'는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타인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당당히 입는다는 주장을 담은 자발적 캠페인이다.

이제 사람들은 구호가 적힌 피켓이나 배너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대신 소셜 미디어에 노란 리본 같은 해시태그를 다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주의 주장을 타인과 공유하고 연대한다.

물론 대부분의 젊은 사용자들은 '#FeelingFriday'와 같이,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자며 춤 추고 노래 부르고 맥주를 마시는 셀피에 해시태그를 달아 동질감을 배가시키는 놀이 문화로 흔히 활용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골뱅이(@)달린 이메일 주소를 브라우저의 주소창에 적어 넣고 아무리 기다려도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던 시절을 이제 간신히 졸업했는데 이번엔 또 무슨 골치 아픈 우물 정자 얘기냐고 미뤄둘 수는 없다. '#' 에서 더이상 우물 정도 전화 버튼도 연상하지 않는 세대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그들 안에서는 이미 흔한 문화 아이콘이다.


최주미 디지털부 차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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