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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심 못 맞출 것 같아 아들은 절대 야구 안 시켜"

한국에서 만난 빅보이

빅리그 첫 시즌 마친 이대호
실패 각오하고 메이저리그 도전
세계 최고 선수들과 야구 큰 경험
기대만큼 못했지만 후회는 없어
내년에도 MLB 잔류가 최우선


."한국·일본·미국 다 경험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

'빅보이' 이대호(34)의 말끝이 흐려졌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지만 첫 시즌을 마치자 아쉬움이 더 크게 남은 듯 했다. 29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이대호를 만나 MLB에서 1년을 보낸 소감을 들어봤다.

이대호는 한국 야수로는 최초로 한국·일본·미국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했다. 한국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2001~11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2012~13년), 소프트뱅크 호크스(2014~15년)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지난해 말 MLB 진출을 선언했다. 그러나 나이가 적지 않고, 1루수 포지션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탓에 계약이 쉽지 않았다.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MLB 진입이 보장되지 않은 스플릿 계약을 했다.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 연봉은 400만 달러(약 46억원). 그나마 MLB에서 뛰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대호는 비슷한 시기에 MLB에 진출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처럼 성대한 입단식도 치르지 못했다. 그는 "실패를 가정하고 MLB에 도전했다. 인생을 크게 봤을 때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안정된 타격을 선보이며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갔다. 그러나 왼손 타자 아담 린드(33)와 1루수 자리를 나눴다. 오른손 타자 이대호는 왼손투수가 선발로 나올 때 주로 기용됐다. 지난 4월 14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10회 말 대타로 나와 끝내기 투런홈런을 날린 건 2016년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전반기 64경기를 뛰는 동안 타율 0.288(177타수 51안타)·12홈런·37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 때만 해도 팬 투표에 의해 선정되는 승리 수훈선수(player of the game)에 아홉 차례나 뽑혔다.

시애틀 팬들은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날리는 이대호에게 그의 영문 이니셜(Dae Ho Lee)을 따 'DHL'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국제우편·화물 배송업체인 DHL처럼 승리를 정확하게 배달해준다는 뜻에서였다. 이대호는 "구단 직원이 DHL택배기사와 내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뽑아 내 라커에 붙여줬다. 동료들이 크게 웃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7월 중순 오른 손목에 통증이 생기면서 슬럼프가 시작됐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가 8월 말 복귀했지만 전반기 같은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올시즌 104경기에 출전한 그의 성적은 타율 0.253(292타수74안타)·14홈런·49타점으로 끝났다. 이대호는 "처음에는 기분 좋았다. 하지만 한 시즌 내내 잘하진 못했다"며 "그래도 빅리그에 진출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같이 야구를 했다는 게 큰 경험이었다"고 했다.

힘들었던 이대호에게 용기를 준 건 동갑내기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와 오승환이었다. 이대호는 "어렸을 때 함께 뛰었던 친한 친구들과 MLB에서 만난다는 게 신기했다. 이들은 끈끈한 친구이면서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시애틀과의 1년 계약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대호가 내년에 어떤 팀 유니폼을 입을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잔류를 우선으로 하돼 일본이나 한국 복귀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MLB닷컴은 '주목할 만한 FA'로 이대호를 꼽았고, 일본 언론은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 등이 이대호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팀이 정해지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시즌 끝까지 잘했다면 이미 (MLB 팀과) 계약이 됐을 텐데…"라며 "역시 야구를 잘해야 한다. 내가 못 한다면 언젠가 한국에 돌아올 때도 팬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각했던 이대호의 표정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밝아졌다. 이대호는 2009년 아내 신혜정(34)씨와 결혼한 뒤 딸 효린(4)과 아들 예승(1)을 얻었다. 그는 "야구보다 가족이 중요하다. 가족이 없으면 야구를 하는 의미가 없다"며 "지난 3월 시애틀에서 아들이 태어날 때 25인 로스터를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그러나 출산 휴가를 얻어 아내 곁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예승이가 태어나자 주위에서 '빅보이의 뒤를 이어 야구선수로 키우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대호는 단호하다. "야구는 절대 안 시킬 거다. 나는 욕심이 많다. 아들이 야구를 할 거면 정말 잘해야 한다. 그건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나."


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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