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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비울수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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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6/12/26 07:59

이소영/언론인·VA 거주

올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하면서 몇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잘 비우기!’ 사실 이 다짐은 이미 일 년 전, 2016년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이다. 가진 것들을 과감히 처분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실천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추억과 손때가 버무려진 물건들은 더는 사물이 아니다. 내 생활과 함께하면서 나도 모르게 의인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는 작년 여름 뉴욕에서 데려왔었지. 쟤는 보자마자 반해버려서 심쿵이라 불렀었지” 하면서 하나하나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좋게 보면 애착이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련이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버리는 삶 이상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인간관계, 생활패턴까지 최소화하고 나와 내 가족에 온전히 집중하는 삶이다. 사사키 후미오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진)에서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 묻고 생각하게 되었고,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적게 갖는 것을 넘어서 삶에서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과정이다.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출국 날짜를 받아 두고 우선 짐 정리부터 시작했다. 대학생 때부터 독립해 살다 보니 살림살이가 제법이었다. 그 많은 옷가지와 가구, 그릇들은 6개월에 걸쳐 정리했다. 최근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은 모두 버렸다. 1년 동안 안 입었다면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놓고 한두 번 쓰다만 토스터, 에그스티머, 믹서기도 처분했다. 월급 받을 때마다 차곡차곡 사다 나른 가방과 구두를 보낼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 두 눈 질끈 감고 친구들에게 입양 보냈다. 공허함에 우울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개운했다.

6개월의 ‘처분 프로젝트’가 끝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나?”였다. 휑한 집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눈앞에 보이는 짐들이 없으니 마음이 가벼워졌고, ‘선택과 집중’이 분명해졌다. 이미 옷장 가득 옷과 가방, 구두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갖지 못한 것을 쫓아왔었다. 최신 유행과 내 옷장을 비교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고 있었다.

미국에 입국한 뒤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계속하고 있다. 갖고 있던 물건들을 버리기가 어렵다면 더는 사들이지는 말자는 전략(nothing new project)으로 바꿨다. 그릇이 깨져서 짝이 안 맞지만, 밥과 국을 담아내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채칼과 다지기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칼로 다지는 것도 크게 힘들지는 않다. 이렇게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쇼핑 없이 생활하는 삶도 충분히 가능하다. 올해는 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 세일의 유혹에 잠시 흔들렸지만, 감당 못 할 이삿짐과 카드 영수증을 떠올리자 쉽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쓴 사사키 후미오는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에 살면서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남들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사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던 사람이다. 그러다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여유 있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접한 후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그의 옷장엔 10벌의 옷, 욕실에는 액체 비누와 무명천이 전부이다. 물건을 줄인 후 청소가 편해졌다든가 하는 표면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남들보다 더 많이, 더 크고 좋은 것을 가져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갖고 싶은 것을 가져도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싫증이 난다. 꼭 필요하다고 믿는 것들을 수집하느라 월급은 통장을 스치듯 지나간다. 결국 정작 중요한 일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고 늘 돈과 시간이 부족하다 말한다.

정든 물건을 하루아침에 내다 버리기는 어렵다. 오늘부터 집안 곳곳을 살피며 ‘정말 필요한 것인가?’ 물어보자.
“알맞은 정도의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도를 넘어서면 소유가 주인이 되고 소유하는 자가 물건의 노예가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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