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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 2017, 현재에 집중하자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1/02 07:36

이소영/언론인·VA 거주

2017년이다. 한동안은 2016을 썼다가 지우고 2017로 고쳐쓰기를 반복할 것만 같다. 여름이 지나갔다 싶더니 금세 해가 바뀌었다. 시간은 무서울 만큼 정직하게 또박또박 흐르고 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보자면 2016년을 시작하면서 목표한 몇 가지가 있었다. ‘글쓰기에 집중하기’, ‘영어공부 열심히 하기’가 대표적이다. 그 목표를 고스란히 새해로 이월하게 생겼다. 지난해 더 바짝 노력하지 못해 아쉽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왜 늘 회한과 아쉬움이 남을까?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가 가장 주목하는 소재는 ‘시간’이다. 그의 소설 단골 소재 또한 ‘시간 여행’이다. 주인공들이 한정된 현재를 산다든가, 갇힌 시간 속에서 미래를 바꾸려 고군분투한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사진)에서 기욤 뮈소는 시간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신비롭게 풀어냈다.

외과 의사 엘리엇은 의료봉사를 위해 방문한 캄보디아에서 한 노인에게 신비의 알약을 선물 받는다. 한 알씩 삼킬 때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약이다. 엘리엇이 가진 알약은 10개. 연인 일리나의 죽음을 막을 기회는 열 번뿐이다. 과거로 돌아가 서른 살의 자신과 마주한 엘리엇은 일리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처음 알약을 삼켰을 때 그의 소원은 하나였다. 이제는 더는 만날 수 없는 일리나를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는 것. 남은 알약이 줄어들자 그는 욕심이 생겼다. 일리나를 사고에서 구하고 미래까지 함께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면 미래까지 송두리째 흔들린다. 과거의 사건 하나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일리나를 구한 대가는 혹독했다. 미래의 엘리엇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다. 일리나를 잃은 후 이탈리아에서 만난 여의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앤지이다. 일리나와 사랑을 계속하자 앤지는 없던 아이가 돼버린다. 그는 단지 연인의 목숨을 구하려 했던 것뿐인데 나비효과처럼 그를 포함한 주변 모든 사람의 삶을 엉키게 하였다.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파워볼 누적 금액이 역대 최대였던 작년 이맘때로 돌아가 6개 숫자를 모두 맞추고 잭팟을 터뜨려 볼까? 15억 8천만 달러라는 계산하기도 벅찬 돈을 가진다면 당장 세계여행에 나섰을 것이다. 당연히 신문지면에서 ‘마음을 읽는 책장’ 칼럼은 사라지고 이 책을 소개하는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 복권에 당첨됐다면 지금처럼 일주일에 한편씩 꼬박꼬박 생산해내는 칼럼을 더는 볼 수 없겠지.

시간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한 우리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들 시간을 역행하는 기술 개발까지 가능할까 궁금하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일은 아마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어려운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기욤 뮈소 작가는 이 소설에서 ‘결국 인간이 시간을 거스른다 한들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과거를 뒤바꿀 기회를 가져도 인간의 삶이란 도무지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일리나를 구해낸 엘리엇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나가려 애쓴다. 그러나 시간 여행을 할 기회는 열 번뿐이고 모두의 인생을 완벽하게 복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바란 대로 일리나를 살렸으니 이 소설은 ‘해피 엔딩’인걸까? 어느 사람도 해피하지 않은 해피엔딩이다. 과거와 미래에 발목 잡힌 엘리엇은 정작 현재를 사는 데에는 소홀했다. 평생 회한으로 남을만한 과거였을지라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에 집중했다면 더 해피 엔딩이지 않았을까.

누구의 삶이나 의도하지 않은 실수와 불운이 불쑥 끼어드는 법.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 해도 최대한 적게 후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재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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