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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칼럼] 끝내 국경에 장벽을 쌓는답니까

티시 이노호사가 부른 ‘돈데 보이’(Donde Voy, 난 어디로 가야합니까)에는 라티노 불법 이민자들의 애절한 삶과 고통이 넋두리처럼 고스란히 담겼다. 호소력 짙은 그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에 금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이 전해진다.

‘돈데 보이’의 영어 버전은 ‘티어스’(Tears, 눈물들)이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사면령을 허락했었던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재임시절, 백악관 콘서트에서 돈데 보이가 불려진 적도 있었다. 대만의 조안 바에즈로 불리는 치유가 불러 아시아권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한국에선 1990년 김수현 극본의 MBC 드라마 ‘배반의 장미’ 주제곡으로 사용되면서 대표적인 스페니쉬 번안곡으로 사랑받았다. 티쉬 이노호사의 아쿠스틱 기타 연주, 콘트라 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뒤를 바쳐주고, 그 위에 아코디언과 소프라노 색소폰, 베이스 기타와 퍼쿠션으로 화음을 꾸민 돈데 보이에 애틋함이 스며있다.

‘동터오는 새벽이 나를 깨우고 밝은 하루가 시작되어도 나를 이민국에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내 마음에 느끼는 고통은 사랑으로 인하여 받은 상처랍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며 그대의 입맞춤과 애정을 기다립니다. 하루 이틀 지나가면서 그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내가 보내 드리는 돈으로 그대가 내 곁에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에 쫒기면서도 그대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대 없이 사는 삶은 무의미합니다. 도망자처럼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만하나요? 희망을 찾고 싶어요. 나는 사막을 헤매는 도망자처럼 혼자가 되어버렸답니다.’(Donde voy, Donde Voy? Esperanza es mi destinacion, 돈데 보이 에스뻬란사 에스 미 데스띠나시온 Solo estoy, Solo Estoy,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쏠로 에스또이 뽀르 엘 몬떼 프로푸고 메 보이…)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미국에서의 불체자의 삶, 온갖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벌어 헤어진 ‘노비아’(Novia, 애인)와 하루 빨리 재회하고 싶어하는 그리움과 못다 이룬 사랑이 애절하게 펼쳐진다.

2000년 초반엔 매년 170만 명 이상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대부분이 체포되어 멕시코로 강제 추방됐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국경수비를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업주를 무겁게 책벌하면서 밀입국 시도율이 현격하게 감소했지만, 아직도 매년 55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다 체포된다. 그중 수백, 수천명의 무명 라티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시작도 못해 본 채 국경에서 가엾은 생을 마감한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주요 국정과제가 오바마 케어 폐지와 철옹성같은 국경을 쌓으려 한다. 태평양 연안 샌디에고로부터 텍사스 주 멕시코만 사이엔 장장 3360Km 의 국경이 놓여져있다. 1170Km엔 높이 3m 의 철벽이 이미 세워졌다. 미처 쌓지 못했던 국경에 선거 공약대로 쌓으려 한다. 워싱턴 지역에 몰려온 약 80여만 명의 라티노들 대부분이 경제적 고통, 만연한 부정부패, 살벌한 범죄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서 몰려 온 피난민들이다. 난공불락 같은 장벽이 쌓여지고, 강제 추방 작전이 펼쳐질까 전전긍긍하는 저들이 눈물과 한숨으로 ‘돈데 보이’를 숨죽인 채 읊조린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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