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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떠나자! 캠퍼밴 타고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2/06 10:36

이소영
언론인·VA 거주

이소영

이소영

혹독하게 추운 동부의 겨울. 절로 따스운 휴양지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몸은 으슬으슬 춥지만, 머릿속으로라도 푸른 숲속에서 얇은 셔츠 한 장 걸치고 따뜻한 바람을 맞는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의 끝에는 항상 뉴질랜드가 있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반, 계절을 거꾸로 사는 나라에 대한 신기함 반이다. 아쉬운 대로 책을 펼쳐 들었다. 만화가 허영만과 여행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캠퍼밴을 타고 뉴질랜드 곳곳을 누빈 여행기 ‘허영만과 함께하는 힐링 캠핑’(사진)이다. 그들의 뉴질랜드 캠핑 여행에는 모두 다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했다.

‘도전! 지구탐험대’ 허정 PD, 백두대간을 종주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 유럽 최고봉과 오세아니아 최고봉도 모자라 히말라야 에베레스트까지 다녀온 허영만 화백까지 모두 프로 캠퍼들이다.

중년 남자들의 뉴질랜드 캠핑 여행이라.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달리는 것이 그들의 여행 계획이다. 한 달 동안 길 위에서 펼쳐진 여행꾼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들과 같은 캠퍼밴에 오른 느낌이다.

다섯 남자는 북섬의 오클랜드에서 출발해 북섬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남섬을 도는 일정을 택했다. 물론 대략의 그림만 그리고 출발했을 뿐 정해진 코스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누군가는 허영만 화백에게 “그 정도로 돈도 벌고 명예도 얻었으면 이제 특급호텔 룸서비스를 받는 편안한 여행을 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러면 허영만 화백은 지지 않고 응수한다. “예끼, 이 사람들아! 별 수백만 개짜리 호텔을 놔두고 무엇하러 고작 별 일곱 개짜리에서 잠을 자냐?”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고자 했던 다섯 남자는 캠퍼밴을 타고 달리다 즉흥적으로 47m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하기도 하고, 여행에 지친 어느 날은 바다에 뛰어들어 바닷가재를 잡아 요리했다.

자연경관은 또 어떤가. 눈길 두는 곳마다 엽서가 된다는 뉴질랜드답게 책에 담긴 그곳의 풍경들은 입이 떡 벌어진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이 아름다운 페어럴 스핏 해변, 폭스 빙하에서의 트레킹, 2천미터 이상의 산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른 와나카 호수,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퀸스타운’ 등 대표적인 명소들을 손에 꼽기도 벅차다.

허영만 화백이 갖은 고생 다 하면서도 굳이 캠핑을 고집하는 데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자연과 어울린 덕분에 나는 만년 청춘일 수 있었다. 더불어 속세에서는 절대로 사귈 수 없는 젊은 친구들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이 이를 두고 생긴 말일 터이다. 덕분에 내 만화 역시 긴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게는 최상의 에너지원인 동시에 최고의 힐링인 셈이다.” 그러면서 뉴질랜드 케이블 해변에서 “58년을 살면서 가장 행복한 밤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고백이 무슨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는 한국전쟁 세대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을 테다. 치열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캠퍼밴에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맞이하는 기분이 어땠겠는가.

굳이 캠퍼밴을 타고 뉴질랜드를 일주하지 않더라도 일상을 잠시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렌다.

여행이야말로 가장 적은 노력으로 만족도 높은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싶다. 물론 ‘돈과 시간, 열정’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여행할 수 있다. “젊을 때는 시간이 없어 못 떠나고, 은퇴 후에는 삭신이 아파 여행 의지가 사그라지더라”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난다. 쉬운듯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여행이다. 중년 남자들의 집단가출이 유난히 부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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