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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어리석은 지도자, 성질 급한 백성

얄미우면서도 부러운 나라가 일본이다. 지도자부터 그렇다. 아베 신조 총리. 우리 생각과는 달리 정작 자기 나라에선 인기가 아주 높다.

지난 주초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66%나 나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기감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호평 등이 이유라는데 아무튼 우리로선 부러운 대목이다.

최근 일어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 관련 뉴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언론이 사건 발생 이후 첫 일주일 동안 쏟아낸 기사는 무려 4000건에 육박했다. 분량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한국을 압도했다. 김정남 피살 과정이 담긴 말레이시아 공항 CCTV 영상 등 많은 것들이 현지 경찰이나 정부기관과 깊숙이 연이 닿지 않으면 캐낼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이 영상은 후지TV가 현지 브로커에게 거액을 주고 불법 입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한국의 정보력도 나름 대단한 면은 있다. 하지만 핵문제나 미사일 발사, 혹은 이번 피살 건과 같이 북한과 관련된 큰 사안들이 나올 때는 번번이 일본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솔직한 한국의 현실이다. 물론 한 나라의 정보력은 국력에 비례한다. 그렇다고 일본이 처음부터 우리보다 월등한 국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조선 초만 해도 일본과 우리의 국력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이 더 많은 선진 문물을 전수해 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양국의 국력은 뚜렷이 역전되기 시작했고 19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선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국력 차이가 벌어졌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서양을 대하는 인식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개화기 일본의 국가적 화두는 이른바 탈아입구(脫亞入歐)였다. 말 그대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사회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처음 들고 나온 이는 근대 일본의 아버지라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다. 핵심은 조선이나 중국 등 '찌질한 이웃'들과 가까이 해서는 일본도 똑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서구문물을 받아들여 그들처럼 되는 것이 일본의 살길이라는 것이다.

탈아입구의 실현을 위해 당시 일본은 모든 국가 역량을 부국강병과 문명개화로 집중했다. 서구 시찰단을 뽑아 열강을 돌아보며 선진 제도와 기술 문물을 눈에 불을 켜고 배우고 받아들였다. 합리와 계몽을 기치로 교육제도와 국민생활도 과감히 바꾸어 나갔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화혼양재(和魂洋才) 논리로 무마했다. 일본 고유의 정신(和魂)만 잃지 않으면 서양 지식과 기술(洋才)은 얼마든지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일본이다.

일본이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이나 된다. 세계 일곱 번째, 비서구 국가로는 첫 번째로 많은 숫자다. 더 놀라운 것은 25명중 22명이 물리·화학·의학 등 기초과학 분야 수상자라는 점이다(한국은 아직도 한 명도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배경에는 국가적 투자와 국민적 관심이라는 토양 위에 150여 년 차곡차곡 축적된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집권층의 무능과 자기 이익에만 골몰했던 수구세력의 농간으로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겨우 좀 따라왔나 싶지만 여전히 정치는 무능하고 국민은 조급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어리석은 지도자와 성미 급한 백성이라니.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국은 저렇게 날고 뛰는데 우린 그나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종호 OC본부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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