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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책장] 맥주, 어디까지 마셔 봤니?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4/03 06:33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 오래됐다고 한다.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술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이 상하면서 자연적으로 효모에 의해 발효가 일어나 술이 빚어졌고, 이 술을 동물이 먼저 마셔왔다는 주장이다. 깊고 진한 역사를 가진 술. 지난주,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한 술의 역사를 짚어봤다면, 이번 주는 만인의 연인 ‘맥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맥주만큼 다양한 종류, 맛을 자랑하는 술이 있을까? ‘맥아’, ‘홉’ 같은 낯선 용어는 접어두고 나와 찰떡궁합인 맥주는 어떤 종류인지부터 알아보자. ‘더 비어:맥주 스타일 사전’(사진)을 보면 맥주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독일 베를린 VLB 브루마스터 코스를 수강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수제 맥주 선술집을 운영하는 김만제 사장이 쓴 책이다.

맥주라고 하면 ‘에일(Ale)’과 ‘라거(Lager)’가 대중적이다. 대부분 사람이 발효 방식의 라거는 톡 쏘는 청량한 맛, 상면 발효 방식의 에일 맥주는 씁쓸하고 묵직한 맛이라는 편견에 갇혀있다. 하지만 필스너와 복, 페일 라거 등 라거 계열의 맥주들도 재료와 주조법에 따라 각기 다른 풍미를 지닌다. 또한, 에일, 라거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100여 종의 맥주 스타일이 존재하며, 양조법, 발효방식, 출신 지역에 따라 각각의 스타일로 세분된다.

미국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버드와이저’는 미국 최초의 라거 맥주이다. 1800년대 체코 출신 이민자가 미국으로 건너와 개발했는데, 체스케 부데요비치의 독일식 지명인 ‘부트 바이스(Budweis)’ 지역에서 왔다는 의미로 ‘부트바이저(Budweiser)’라고 이름 붙였다. 이를 영어 발음으로 ‘버드와이저’라고 상표 등록을 했지만, 체코와 미국 사이의 원조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서 체코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맥주 본사는 ‘오리지널’ 상표를 붙여 미국 버드와이저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

버드와이저가 체코에 뿌리를 뒀듯이 맥주는 유럽이 본산지다. 유럽에서 맥주 양조 기술이 발달한 이유 또한 흥미롭다. 유럽의 토양은 석회질 또는 탄산이 많아 식수로는 부적합한데, 이를 마시기 편한 형태로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맛의 맥주가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약 1300개의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기 다른 수제 맥주를 맛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렇다면 한국 맥주는 왜 맛이 없을까?

‘맛이 없다’가 아니라 “한국에서는 왜 그동안 다양한 스타일이 나오지 못했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100가지가 넘는 맥주 스타일 중 한국은 페일 라거(Pale Lager), 라이트 라거(Light Lager), 다크 라거(Dark Lager) 3종류의 맥주 스타일만이 주류를 이뤘다. 무조건 차갑고 탄산이 강하게 마시는 소비자들의 음주 선호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맥주를 소주나 위스키와 섞어 마시는 폭탄주 원료쯤으로 여긴 이유도 크다.

동네 편의점만 가도 다양한 세계 맥주를 만날 수 있는 요즘.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맥주 선택에 있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맛을 시도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항상 가장 안전하게 버드와이저나 쿠어스를 선택한다. 하지만 맥주의 종류와 맛을 조금만 알고 있다면 새로운 맛을 향한 모험이 즐거워진다. 맥주는 더는 폭탄주 제조용이 아니다. 맥주 그 자체의 풍미에 매료되면 마트에 갈 때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생길 것이다.

이소영/언론인, 버지니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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