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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뇌 명의' 키워 치매 조기 진단·치료 길 연다

첨단 고성능 의료장비 활용
뇌 영상 빅데이터 수집·분석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 도전

인공지능(AI)이 의료 환경을 바꾸고 있다. AI로 질병의 진단을 넘어 '꿈의 의학'인 예방·맞춤 의학을 실현한다. 의료용 AI의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선두그룹에는 국내 최초로 암 정밀 AI 의사인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이 있다. 길병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세돌과 대국을 펼친 알파고에 수많은 기보를 학습시키듯 AI에 뇌 질환과 관련된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를 통해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 질환의 진단·치료 정확도를 끌어올려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다.

퇴행성 뇌 질환은 삶을 파괴하는 병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인지 기능이 서서히 떨어진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퇴행성 뇌 질환을 제대로 진단·치료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딱히 예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능한 조기에 발견해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국제표준 '뇌 해부 영상지도'

문제는 퇴행성 뇌 질환의 감별 진단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손발을 떠는 등 노화 증상과 비슷하다. 의료 데이터 해석도 복잡하다. 퇴행성 뇌 질환은 개인의 건강 상태나 생활습관, 유전자,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환자 개인별 데이터를 취합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는 "이런 작업은 인간이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이런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빠르고 체계적으로 추출·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치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효율적이고 일관된 데이터 판독을 도와 의료의 질이 상향 평준화된다. 가천대 길병원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가천대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수집·분석함으로써 지금까지는 암 치료에만 적용됐던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을 뇌 질환 치료에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가천대 길병원이 개발 중인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은 일종의 뇌 전문 AI 의사다. 그 비결은 초정밀 디지털 뇌 영상 빅데이터에 있다. 의료 AI 개발 성패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 확보 여부다. AI에게 뇌 질환을 학습시킬 때 얼마나 좋은 교재로 가르쳤느냐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길병원은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유일하게 현존 최고 성능인 7.0테슬라(T)의 초정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비와 뇌 전용 고해상도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HRRT PET)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장비를 활용해 만든 '뇌 해부 영상지도'는 전 세계의 표준으로 쓰인다. 통상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MRI는 1.5테슬라, 3.0테슬라 수준에 그친다. 즉 길병원의 AI 기초 데이터인 뇌 영상의 질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이들 장비로 촬영한 뇌 영상 이미지는 기존 MRI로는 구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선명하다.

길병원의 뇌 영상 기술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두 번째로 뇌 전용 11.74테슬라 MRI 개발에 나섰다. 7.0테슬라 MRI보다도 100배 더 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전기 자장의 세기다. MRI는 신체 자장에 변화를 줘 각 세포가 자장에 반응하는 강도를 분석해 의료 영상을 이미지화한다. MRI의 테슬라가 높을수록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뇌 전용 11.74테슬라 MRI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뇌세포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가령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뇌의 어느 부분을 침범하는지,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등을 세밀하게 볼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약 치료의 효과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근 병원장은 "우수한 뇌 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계적인 뇌 질환 명의 수준의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전문 3개 연구기관 협업

길병원의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 개발의 전망을 밝게 하는 데는 조직 구성도 한몫한다. 기초의학 연구와 진료 현장을 연계할 수 있는 환경이 돋보인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능형 뇌과학연구센터·뇌과학연구원·가천뇌건강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뇌 질환의 진단·치료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면 검증을 거쳐 진료에 적용할 수 있다. 플랫폼 개발에 더할 나위 없는 구조다.

이들 기관은 뇌 질환 AI 개발을 위한 역할을 명확히 분담한다. 가천대 지능형 뇌과학연구센터에서는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뇌 질환 진단 기술 및 위험도 예측, 예방·재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다. 뇌과학연구원은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구축해 최적의 진료지침을 체계화한다. 가천뇌건강센터는 뇌검진센터·치매예방센터·인지건강센터 등 세분화된 3개 전문센터를 통해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해 퇴행성 뇌 질환의 진단·치료·재활 성과를 끌어올린다.

인디애나대의 캐시 베넷(Casey Bennett) 교수 연구팀(2013년)에 따르면 진단할 때 AI 알고리즘을 활용할 경우 진단의 정확성은 41.9% 향상되고, 의료비는 58.5% 줄어든다. 노영 교수는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이 상용화되면 개인별 최적의 치료가 가능해져 퇴행성 뇌 질환도 당뇨·고혈압처럼 관리하는 질환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 수준도 고도화된다. 미래 의학은 데이터에 기반한다. 방대한 규모의 의료 데이터가 쌓이면 치료 역량이 크게 향상된다. 인공지능 역시 학습·분석·추론 과정을 반복 학습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을 제안할 수도 있다.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 프로 바둑기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것처럼 말이다.

고령시대에 늘어난 삶의 질은 퇴행성 뇌 질환 정복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전자·생체·생활습관 정보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해 퇴행성 뇌 질환 고위험군을 예측하고 예방적 치료를 권하는 시대가 얼마만큼 앞당겨질 수 있을까. 길병원이 개발하는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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