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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시리아 폭격과 한반도 평화

지난 14일 미국 주도로 영국,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화학무기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번 시리아 폭격 방법은 지난 해 백악관에서 대북 군사 옵션의 하나로 거론됐던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작전'의 일환이었다.

이번 작전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업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존 볼턴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입수됐다며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신속한 군사 대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시리아 폭격은 결국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CNN이 시리아 폭격과 북한과의 관계를 분석한 기사를 통해 "이번 시리아 공습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할 때 거론할 '사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시리아나 리비아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북한 간 의견 불일치가 심화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아 폭격은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무엇보다 11년만의 남북한 정상들의 만남이 한반도에서 냉전시대를 종식시키고, 어떤 형태의 전쟁이나 군사적 행동에 결연히 반대하며 항구적 평화체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찬물을 끼얻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본질은 북한의 '비핵화'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북정상회담에 '운전자론'을 자청하면서 '비핵화'라는 본질을 흐리고,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1·2차 남북정상회담 때처럼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이라면 이번 정상회담도 결국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전과 달리 핵 폐기 과정에서 얄팍한 술수를 부리지 않는다면 미국은 김정은 정권을 인정해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코피 터뜨리기 작전'을 실전 모드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 본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미북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대통령으로부터 군사적 옵션 제시를 지시받았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폼페오 국무장관 예정자도 "북한에 보상을 제공하기 전에 비핵화에 대한 영구적이면서 불가역적인 결과를 먼저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압박과 대화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시종일관 비핵화를 놓고 대북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폭격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비극적 최후를 떠올렸다면 코앞에 다가온 미북정상회담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어 국내외적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핵 포기 의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청와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확정했다지만 최우선은 역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후에라야 이런 표어도 정착될 수 있고, 한반도에는 진정한 평화, 공존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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