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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모든 골은 휘어져 들어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구ㆍ원)을 좋아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생후 7일이 지난 젖먹이들은 둥글거나 곡선 모양에 더 시선을 둔다. 또 2살 전후 아이들에게 여러 모양의 도형을 보여주고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공 모양을 선택한다. 직선이나 각이 진 모양을 고른 아이들도 해당 모양을 검은 판자 뒤로 감춘 뒤, 바로 판자를 치우고 '좀 전에 네가 고른 게 뭐냐'고 물으면 엉뚱하게도 공 모양을 집는다고 한다. 애초에 선호도도 공이 높지만 인지력도 다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다.



◆모레(14일) 아침 8시, 공이 움직인다. 월드컵 첫 경기. 주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맞붙는다. 이번 월드컵 조별 경기는 모두 LA시간 새벽과 오전에 펼쳐진다. 공이 있는 경기는 '놀이'에 가장 가깝다. 논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누구와 함께'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다시 말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든다. 공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고 경쟁과 함성이 있다. 축구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다. 공을 차서 상대방 골문에 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둥그런 공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 환호와 탄식을 포함해 인간의 모든 감정이 쏟아져 나온다.





◆축구는 선(線)의 경기다. 직선과 곡선. 게다가 공 자체도 회전과 선형 운동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그라운드에는 무수한 선이 그어진다. 누구나 가장 원하는 선은 직선. 공이 A 골대에서 B 골대로 곧장 쭉 가면 된다. 하지만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직선은 출발점에서 종착점이 동시에 보여야 한다. 그러나 신이나 수학이면 모를까, 직선의 시작과 끝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목표는 항상 직선을 생각하는 우리지만 한점에 다른 점으로 곡선을 그리며 살아간다.



◆'바나나 킥'은 아름답다. 감아올리는 축구 공의 부드러운 궤적은 예술이다. 축구공의 측면을 차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하면, 공은 공기 흐름과 반대 방향이 되면서 공 오른쪽의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공은 압력이 높은 오른쪽에서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은 왼쪽으로 휘어지며 날아간다(마그누스 효과). 살아가는 동안 때론 엉뚱한 행동을 하지만, 그 행동의 회전을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해 찬 공은 최소 9.15m 이후에서 휘기 시작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무조건 잘못'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다. (※호날두의 무회전 킥은 마주 오던 공기가 축구공 표면을 따라 뒤로 흘러 위·아래로 갈릴 때 공 뒷면에 불규칙한 공기 소용돌이가 생겨 회전은 거의 없지만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게 된다.)



◆시인 김삼환은 "직선보다 곡선이 / 더 아름다운 것은 / 이제 삶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에서 / 다시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노래한다.

철학자 니체는 말한다. "모든 진리는 휘어져 있다."



◆빅데이터 승부예측 프로그램 '알파볼'은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성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알파볼은 세부적으로 32개국 평균 공격 성공률, 팀별 득·실점 루트 등 20여 개 데이터 항목을 기반으로 승부를 예측한다. 지난 3월부터 6월 10일까지 치러진 경기를 기준으로, 한국은 알파볼 포인트에서 3.7점(10점 만점)을 받아 32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개최국 러시아와 같았다. 같은 조인 독일은 7.5점, 멕시코가 6.0점, 스웨덴은 4.1점이다. 알파볼은 '한국이 스웨덴과 비기고 나머지 두 팀에 패해 1무2패로 대회를 마감할 것'이라고 봤다.



◆이영표가 한마디 했다.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기는 걸 좋아할 뿐이다." 덧붙여 한마디. "모여서 응원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 한국팀의 첫 경기는 18일(월) 오전 5시 스웨덴과 경기다. 축구 공은 둥글다. 이번엔 어디로 튈 것인가.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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