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속 뉴스] '센 남자'가 돌변하는 건 아닌지

세상에서 가장 '센 남자(strong man)' 2명이 만났다. 미국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이른바 '푸트럼프(Putrump)'다.

16일(LA시간) 사상 최초로 헬싱키에서 미ㆍ러 단독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트럼프는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났다. 푸틴은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닮은 듯 다른, 두 정상은 대내외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자리에서 공교롭게 똑같이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다르다면 트럼프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푸틴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 윈저성에서 트럼프를 기다리던 여왕은 시계를 계속 확인해야 했다. 트럼프 부부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여왕은 한여름 땡볕에 10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여왕은 92세. 게다가 뒤이어 왕실 의장대 사열을 하면서 트럼프는 여왕보다 앞서 걸었다. 97세인 남편 필립 공도, 아내지만 여왕인 엘리자베스보다 항상 몇 걸음 뒤에서 걸어가곤 했는데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월드컵 시상식서 비가 쏟아지자 가장 먼저 우산을 썼다는 비매너가 도마에 올랐다. 시상식 단상에 선 주요 국빈들은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푸틴에게 가장 먼저 우산이 씌어졌다. 크로아티아의 콜린다 키타로비치 여성 대통령도 비를 맞고 있는데 말이다. 언론은 푸틴과 러시아가 '레이디 퍼스트'라는 불문율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의 두 사례가 그들의 인성과 매너를 드러냈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쨌든 '여성 앞에서 에티켓이 없었다'는 가십성 대결에선 둘 다 한골씩 먹었다.

그렇다면 본게임인 정상회담에서는 어떤가.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밀렸다. 회담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EU(유럽연합)ㆍ중국ㆍ러시아를 각각 '적(a foe)'이라고 말하며 기세를 올리는 듯했다. 적=경쟁적(competitive) 관계라는 'PS'를 달기는 했지만, 역시 '트럼프는 세다'는 자신만만함이 내비쳤다.

그러나 막상 회담 후 나온 미 언론의 반응은 트럼프의 '저자세'를 혹평하는 기사 일색이다. 심지어 아군인 폭스뉴스도 거들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가장 큰 적, 상대국, 경쟁자에게 최소한의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하루"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보당국에서 결론 낸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개입 의혹'을 추궁하기는커녕,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편에서 미국 정보당국을 신뢰하지 않고 되레 문제를 제기했다"며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버렸다"고 맹비판했다. CNN은 "오늘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를 지켜보셨다"고 비아냥거렸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푸틴의 호주머니' 속에 있었다"고 했다. 월드컵으로 보자면 '오대빵(5-0)'쯤 되는 굴욕이다.

걱정이다. 거칠 것 없는 '싸나이' 트럼프가 내외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갑자기,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초강성으로 돌변하는 건 아닌지. 미러 회담 후 트럼프는 "푸틴도 (북한 문제를 포함) 핵확산 문제의 종식을 원하고 있다. 우리와 협력할 것이다"라고 뻔한 외교적 수사를 했지만, 속마음은 '앞으로 본 때를 보여주마, 기다려라'라는 마음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그 대상이 북한은 아닌지.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