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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2017년 1월 18일 영국 런던의 바이킹역에 중국어가 쓰인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기관차 한대가 미끄러지듯 플랫폼 안으로 들어섰다. 18일 전인 1월 1일 중국 저장성 이우역을 출발해 1만2451km 을 달려온 유러시아 첫 화물열차다. 구체적으로 이 열차는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벨기에에 이어 영.불 해저터널 등 무려 9개 국경을 한 장의 화물운송장으로 통과한 신기원을 수립한 역사성을 지닌 처녀 운송로를 연 것이다. 이번 개통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즉 이번 운송은 2012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취임사에서 주창하였던 '중국몽과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성공한 전략의 일단이기도 해서다.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란 과거 중국이 누렸던 영화와 국운을 회복하고 부활한다는 의미로 육상의 도로와 철도 해상의 항만을 잇는 현대판 복합실크로드를 통해 중국 영토 확장을 꾀한다는 야심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여러 정치적 이유와 경제적 여건으로 수천 년 전 선조들이 뚫어놓았던 실크로드를 포기한 채 죽의 장막 속에 숨어살았다는 인식이다. 이제 새 지도자를 맞이하여 선조들이 이루다 만 중앙아시아에서 중동, 유럽,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까지 연계하는 중국 중심의 거대경제특구를 만들어 명실상부한 G2로써 거대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라 한국의 입장에서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2018년 6월 7일 중앙아시아의 작은 나라 키르키스틴에서 제33회 국제철도협력기구(OSJD)가 열렸다. 이 기구는 1956년 소련, 중국, 북한, 몽골, 체코, 폴란드 등 공산권 국가들로 결성된 철도관련협의체라 이들 지역에 위치하면서 세계 10위권의 무역국, 한국 입장에서 정회원 가입이 절실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해오다 4.27 이후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호전되면서 29번째로 정회원국가가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은 북한의 도움만 있으면 한반도 종단열차(TKR)의 주임국으로 세계 인구의 70%를 관통하는 유라시아 철도망에 우리의 문물과 역사.문화.전통을 실어나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확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번져나갈 중국몽을 견제하고 남북이 공동번영을 꾀할 수 있는 한국발 실크로드의 효시가 될 수 있어 환영할만하다는 것이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의 기대다.

한국 철로가 유러시아 철로망에 가입하는 방법은 시베리아 횡단로인 TSR, 몽골횡단로 TMGR, 만주횡단로 TMR, 중국횡단로 TCR 에 남북 횡단 노선인 TKR을 접속시키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다. 그런데 이 노선들과의 연결은 북한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때 가능하다는 불행한 함수가 자리하고 있다.

주지하다 싶이 한국은 반도국가다. 지정학적으로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지만 남북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육로를 통한 대륙접근이 불가능한 인위적인 섬나라 신세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을 잇는 TKR 구축 프로젝트는 중국이나 러시아 최극단에 위치한 교각에 북한발 램프를 달고 상판을 올리는 연육교(Land Bridge)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 연육교의 완성을 통해 한국은 70년간 막혔던 인위적인 섬의 신세를 면하고 핵 위협 없이 남북이 연합한 힘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중요한 경제권 구축 및 운송망 형성을 촉진시켜 한민족공동번영체로 거듭날 수도 있어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민족이 사활을 걸고 완성해야 할 마지막 숙원사업인지 모른다.



문제는 비용이다. 북한의 철로망은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시인할 정도로 우리의 50~60년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끊어진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고 일본 식민지 시절 그대로인 북한의 노후된 철로망을 현대화시키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미국 번영의 역사는 철도와 도로의 개통과 궤를 같이한다. 이른바 서부 개척사는 당시의 눈으로 보면 별반 쓸모 없을 것 같았던 서부의 광활한 사막 위에 철도를 까는 무모함 같이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작업을 철도 부설이라 부르지 않고 MLBMarine Midland Bridge) 즉,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연육교라 칭하며 도전을 이어갔기에 오늘의 미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민족적인 큰 고민이 필요하다. 대륙 진출을 포기한 채 우물안 개구리처럼 섬 신세에 만족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유라시아를 잇는 교각에 상판을 잇대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말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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