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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방관 2명 숨진 2m 낭떠러지 강, 방치하다 또 사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2 11:02

‘마의 한강 신곡수중보’ 10일 또 사고
4명 수중보 하류 요트에 고립됐다 구조
지난달 사고 후 위험 표시 추가 안돼

지역주민 “상류 다리 난간에 경고판 필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부표 설치가
위험 요소 될 수 있어 안해. 위험


지난 10일 오후 5시 24분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한강 신곡수중보. 하류 10m 지점에서 요트에 탄 채 고립된 A씨(63) 등 4명을 구조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지난 11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신곡수중보 앞 김포대교 아래 한강. 기자는 0.84t급 어선을 타고 어민과 함께 수중보 앞에 갔다. 지난달 12일 오후 소방 수난구조대 보트 전복사고로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을 1개월 만에 찾았다. 이곳에선 지난 11일에도 요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인명사고 후 개선된 대책이 무엇인지 현장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최근 5년 김포대교 신곡수중보 일대 출동내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12건의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지난 11일 오후 신곡수중보 상류 약 2㎞ 지점의 경인아라뱃길 갑문. 요트ㆍ보트 등이 갑문을 통해 한강으로 드나드는 곳이다. 갑문 앞 한강 어디에도 신곡수종보 방면 운항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은 없다. 전익진 기자


현장은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없었다. 가양대교 하류 선착장에서 8㎞ 정도 한강을 달려 김포대교로 향했다. 방화대교와 행주대교 어디에도 신곡수중보로 접근을 막거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지난 11일 사고 요트가 드나들었던 경인아라뱃길 갑문 앞쪽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신곡수중보에서 약 2㎞ 상류에 불과한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하류인 김포대교 방면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은 없었다.

김포대교에 이르자 이전 그대로 ‘충돌 위험 전방 150m 수중보’ ‘위험 전방운항금지’ 등이 적혀 있을 뿐이다. 현장을 안내한 행주어촌계 소속 어민 김홍석(60)씨는 “어민들조차 김포대교에 수중보 위험 안내 표지판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난달 사고 후 위험 표지 추가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요트와 보트 등은 종전처럼 김포대교 일대를 다니다 어제 또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흐린 날이나 야간에는 조명시설이 없이 표지판이 안 보인다”고 했다.

김포대교 교각에는 ‘전방 150m 수중보’라는 내용의 작은 위험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전익진 기자


그는 “150m 앞 수중보 수면은 하류가 썰물 때면 2m 정도까지 낮은 상태로 수직에 가까운 낙차를 이루고 있다”며 “보트·요트 등이 이를 모른 채 그대로 달렸다가는 곧바로 뒤집어지면서 탑승객들이 소용돌이와 급류에 휩쓸리게 돼 있다”고 했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정부가 염수 피해 방지와 용수확보 등의 목적으로 한강 하구를 가로질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구간에 1007m 길이로 설치했다.

‘마의 수난사고 구간’인 한강 신곡수중보에서 1개월 만에 또 사고가 났다. 지난 10일 오후 5시 24분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수중보 강화 방향 하류 10m 지점에서 A씨(63) 등 4명이 요트에 탄 채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신곡수중보 위치도. [중앙포토]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김포 아라마리나 요트장을 출발해 한강을 따라 서울 마포구 난지도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당시 길을 잘 몰라 갑문 앞을 지나쳐 김포대교를 넘어 신곡수중보 아래로 떠내려갔다가 보 인근 백마도에 부딪친 뒤 배 위에 고립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신곡수중보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안일한 대책 마련에 대한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신곡수중보를 기준으로 한강 상류 500m 혹은 1km 지점 강 가운데에 대형 부표 한두 개를 설치해 위험 지역임을 안내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하류 쪽 한강에서 바라본 신곡수중보. 강바닥이 상류 쪽은 높고 하류 쪽은 낮아 썰물 때면 2m에 가까운 낙차가 발생한다. [사진 행주어촌계]


이에 대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결과, 부표를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다른 방법을 강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수 등으로 한강 물이 불어나면 유속이 증가해 단위면적당 강물 하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웬만한 부표는 다 떠내려 나갈 것”이라 설명했다. 또 “부표 설치 대신,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국토부·국방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일차적으로 현재 교각에 설치된 위험 표지판의 크기를 키우고 선명하게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곡수중보의 잇따르는 사고와 대책 지연에는 행정기관의 불분명한 책임소재도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곡수중보는 경기도 김포시와 고양시에 소재하고 있지만, 보 운영과 관리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맡고 있다. 또 신곡수중보의 소유권은 국토부, 가동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 고정보를 관할하는 곳은 국방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지난달 12일 오후 소방 수난구조대 보트 전복사고로 소방관 2명 목숨 잃은 신곡수중보 상류. 1개월이 흐른 지난 11일 오후 수중보와 인접한 김포대교 상류 한강에는 위험을 알리는 부표 등 경고 시설물이 추가로 설치되지 않은 모습. 전익진 기자


이에 대해 심화식(64)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우선 당장 김포대교와 행주대교 난간에 ‘신곡수중보 위험 접근금지’ 등을 적은 커다란 안내판만 세워도 최소한의 사고 예방은 될 텐데. 행정기관의 무신경함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신곡수중보에서의 수난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김포대교 쪽 한강에는 민간선박 운항을 금지하고, 이에 대한 계도 및 단속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포·고양=전익진·임명수 기자, 박형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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