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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한국을 더 사랑했던 미국인

#. 호머 헐버트(1863~1949). 버몬트 출신으로 1886년 23세 때 조선에 갔다. 원래 선교사였지만 교육자, 한글학자, 역사학자, 언론인, 독립운동가로 두루 활약했다. 한글의 우수성을 처음으로 알아보고 주시경 선생과 함께 한글 연구와 보급에 앞장섰다. '아리랑' 악보와 가사를 영문으로 채록해 전 세계에 알렸으며 대한YMCA를 창설했다. 고종의 고문으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밀사 파견에도 앞장섰다. 1908년 일제에 의해 추방당한 후 미국에서도 강연과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열심히 조선 독립을 도왔다. 한국 이름은 흘법(訖法) 또는 할보(轄甫).

#. 엘리자베스 셰핑(1880~1934). 한국 이름은 서서평(徐舒平)이다. 1912년 32세 때 간호 선교사로 조선 땅을 밟았다. 이후 평생을 보리밥에 된장국을 먹으며 병든 자, 헐벗은 자들의 친구로 살았다. 한국 최초의 여성 신학교인 이일학교(한일장신대의 전신)를 세웠고 조선여성절제회, 조선간호부회(대한간호협회 전신) 등을 만들어 여성운동에 힘썼다. 소록도 한센병 환자 요양시설과 병원도 그로부터 시작됐다. 1934년 만성 풍토병과 과로 등으로 숨지자 수많은 걸인, 나환자들이 장례식을 뒤따르며 "어머니, 어머니"하며 오열했다. '조선의 마더 테레사'로 불린다.

#. 앨리스 샤프(1871~1972). 감리교 선교사로 1900년 조선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 이름은 사애리시(史愛理施)였지만 '사부인'으로 더 많이 불렸다. 1906년 남편 로버트 샤프 선교사가 풍토병으로 숨지자 미국으로 귀국했다가 2년 뒤 다시 조선으로 돌아갔다. 충청 지역 최초의 근대적 학교인 영명학교를 비롯해 20여개 학교를 세우며 여성 교육에 헌신했다. 자녀가 없었던 그는 어려운 가정의 여러 여학생들을 후원하며 지도자로 길러냈는데 류관순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세운 영명학교에서 2년간 류관순을 공부시켰고 아예 양녀로 삼아 이화학당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샤프 선교사가 없었다면 '3·1운동의 상징' 류관순도 없었을 것이다.

#. 이들은 모두 원래 조국 미국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미국인들이다. 이들 만이 아니다. 3·1 만세시위를 배후에서 지도했고 50년 가까이 교육사업에 매진했던 한남대학교 설립자 윌리엄 린튼(1891~1960) 박사도 있다. 해방 직후 통역장교로 한국에 왔다가 한국의 꽃과 나무에 매료돼 천리포에 한국 최초의 사립수목원을 세웠던 민병갈(본명 Carl F. Miller: 1921~2002) 원장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수십 배 국력 차이 나는 나라 출신이었지만 조금도 군림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자리로 내려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며 친구가 되었다. 한국인들에게 자주와 자립 정신을 심어주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일깨워 주었다. 모두가 '미국의 정신'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였다.

요즘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미 정책을 두고 하는 말들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만 셈하려 드는 트럼프 대통령 탓도 크다. 동맹이란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오가야 한다. 위 사람들은 모두 마음으로 먼저 한국에 다가갔다. 한국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는 그들이 뿌린 씨앗으로부터 거둔 열매의 일부임을 한국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이해타산으로 유지되는 동맹은 이해가 상충할 땐 언제든지 종이가 되고 만다. 신뢰와 양보, 사랑과 희생으로 맺어진 끈이라야 쉬 끊어지지 않는다. 3·1운동 100년을 맞는 지금 우리가, 또 미국이 한 세기 전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했던 '진짜 미국인들'에게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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