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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멈추기 위해 달리는 자전거

"이제 청년들이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9일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미 전역에 알리기 위해 자전거 캠페인단 '트리플 에이 프로젝트(Triple A Project)'가 페달을 밟았다. 글렌데일에서 출발해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뉴욕까지 80일 동안 3800마일을 달린다. 이들은 각 도시에 들러 성노예 사건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사진전을 연다. 출정식 날 이들을 후원하는 미주 한인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대륙 횡단 자전거 캠페인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일본 정부가 전범국가인 것을 인정하고 성노예 범죄에 대해 사과해 청년이 이제 그만 고생했으면 한다.

올해 5기째인 트리플 에이 프로젝트에는 기효신, 이하얀 등 여성 2명이 참여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남성 참가자 나도훈씨를 본인들이 책임지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출발 3일째 팜스프링스를 지날 때쯤 여성 참가자 한 명의 생리가 시작됐다. 앞에 놓인 길은 끝없는 오르막. 여성 참가자는 머리가 빙빙 돌고 다리에 힘이 빠졌지만 계속 올라갔다. 뒤따라가던 참가자들은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긴장한 눈으로 바라봤다. 결국, 가까운 상점에 도착해 쓰러졌다. 낮 기온이 110도가 넘었다.

오르막길을 달리던 중 자전거 기어가 터지는 일이 발생했다. 기어가 자전거 바퀴에 껴 부서지고 만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속도로 순찰대가 참가자를 근처 휴게소까지 데려다 줬다.



캠페인도 녹록지 않았다. 뉴멕시코 산타페에 도착해서 성노예 사진전을 했다. 그런데 백인 남성이 가까이 오더니 성노예 사건을 한국이 조작한 것 아니냐고 말하더니 전단지도 받지 않고 가버렸다. 참가자들은 이들의 냉소에 난감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호적이었다. 한 상점 직원은 그들의 사연을 듣고는 가게 손님에게 나눠주겠다며 팸플릿을 더 달라고 했다. 남편이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직원은 남들을 위해 자전거 횡단을 하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가게에서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라고 했다. 다음 기수가 오면 꼭 연락해 달라고 했다.

자전거족을 위한 무료 숙박 장소인 웜샤워에서는 잘 공간이 없어 소파를 빌려 쪽잠을 잤다. 한번은 사람들을 모아 일본군 성노예 관련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인류학 선생님이라던 여성은 이야기를 듣더니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참가자들도 함께 울었다.

그들이 미 서부를 출발한 지 거의 한 달째다. 매일 하루 60마일, 평균 8시간에서 12시간씩을 길에서 보낸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출정식을 했던 글렌데일 소녀상 얼굴에 개똥이 칠해지고 주변 화분이 깨졌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테러로 추정된다.

자전거는 두 바퀴의 관성의 힘과 회전축을 항상 같은 방향으로 유지하려는 자이로스코프 현상이 만나 달린다. 모두 현 현상을 유지하려는 힘이다. 여기에 탑승자가 핸들로 방향을 조정하고 페달로 속도를 붙인다. 일본군 성노예 사건의 경우, 한국 일본 정부 모두 문제 해결에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페달을 밟고 있다.


황상호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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