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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안부 다큐의 시작

"위안부 논쟁이 1990년대 시작됐는데, 그 전에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건 왜일까."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종군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주전장'(主戰場)이 언론 시사를 한 지난 15일. 간담회 때 영어를 쓰는 외국인 평론가가 던진 질문이다. 감독의 생각은 이랬다. 생존자 할머니들이 한국 사회 가부장제 등으로 증언하기 힘들었다가 90년대에서야 페미니즘 운동에 힘입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거라고. 당시 민주화 영향도 있었을 거라 덧붙였다.

거기에 보탤 게 있다. 전 세계적으로 30여 편 나온 위안부 다큐·영화의 본격적인 물꼬를 튼 건 1995년 작 '낮은 목소리'(감독 변영주)다. 당시 한국 20대 여성들이 연출·제작을 맡아 피해자 육성을 생생히 들려줬다.

주목할 것은 '낮은 목소리'가 국내 개봉 전 일본에서 열린 '95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점이다.



당시 기사를 보면 제작 초기부터 일본 사회당 의원과 아사히 논설위원 등이 후원에 동참했다고 한다. "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한 일제 침략하의 여성 수난사가 아니라 아시아라는 특수성과 자본·계급·성이라는 중층적 모순이 복합해 일어난 사건"이란 게 제작팀 생각이었다. 부제가 '아시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2'인 이유다.

위안부의 실상 폭로도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일본인 정신대 출신임을 밝히고 증언하는 첫 생존자"라고 소개한 시로타 스즈코(가명·당시 65세)가 90년 5월 '한국인 동료들'의 수난을 회고·폭로했다. 그리고 문제의 '요시다 세이지 증언'이 있었다. '위안부 강제 징집'을 주장한 이 증언을 훗날 아사히신문이 철회하긴 했지만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 담화'(93년)도 그래서 가능했다.

한·일 간 외교 갈등에서 자극받은 혐일·반일 목소리가 높다. 다큐 '주전장'이 출발하는 문제의식, 즉 '왜 일본 우익들은 군 위안부 문제에 그토록 광분하며 감추려 하는가'에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그들에게 정치·이념적 계산이 있단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다큐가 강조하는 게 있다. 위안부 문제 관련해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사료가 발굴되고 주요 증언이 철회·번복되는데도 한국의 운동 관계자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지지 속에 확대돼온 운동 입지를 한국 스스로 축소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배어있다. 외눈박이는 우도 좌도 위험하다. 제3국인이 만든 '위안부 다큐'에서 국제사회 내 우리 좌표가 더 잘 보여 하는 말이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대중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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