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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간 질환자 70%가 B형 간염…방치하면 간암 위험

B형 간염 바이러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나온 말이다. 적과의 전쟁에서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알 때 비로소 적을 무찌를 수 있는 작전과 전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는 전쟁터에서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적들과 대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적들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렇다! 건강은 대가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적들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그야말로 힘겹게 얻어내는 것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이 많은 적들 가운데 하나이다. 바이러스를 몸 안에 보유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들인 것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필요하다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싸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아무 치료제도 쓰지 않고 바이러스 상태를 신중히 관찰하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다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또 때에 따라서는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 간에 가해질 손상을 방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파악'이다. 즉,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돌입하기 전에 적과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우선, 바이러스는 종류가 무엇이고 얼마나 되며, 어떤 무기를 가지고 언제 어떻게 덤빌 수 있는지 등을 안 뒤에 적의 동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간 상태는 물론 몸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알고 나서 적에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정보들을 차질 없이 명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한 다음에 비로소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싸울 것인지 작전을 세워야 할 것이다.





40대 한국 남성 주요 사망 원인

간 질환이 우리 한국인의 건강 문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6.3명으로 매우 높으며 간 경변과 간암(22.5명)이 대부분 이것에서 비롯된다. 간 경변과 간암 환자 중 70~80%는 만성 간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만성 간 질환의 주요원인은 B형 바이러스, C형 바이러스 그리고 알코올성 간염이며 그 중에서도 B형 바이러스 간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성 간 질환 환자 중 약 70%는 B형 간염 환자다. 즉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한국인 간 질환의 최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의 10%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였던 상태에서 이제는 3~4%로 크게 줄기는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인구 중 약 200만 명이 바이러스 보유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구가 한국의 6배인 미국의 바이러스 보유자 200만 명과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인의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통계는 그 동안 대부분의 감염자가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간경화나 간암이 생길 확률은

만성 간 질환은 간세포의 손상 및 염증에 의한 간 조직의 섬유화로 발전하여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했다고 해서 모두 간염을 앓거나 간경화와 간암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성 간염을 가지고 있으면, 시간에 비례하여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중국인의 경우, 만성 간염이 악화되어 간경화가 발생하는 연간 발생률이 1~4%로 알려져 있다. 즉 10년 후에는 10~40%의 만성 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된다는 말이 된다. 한국인의 경우, 만성 간염에서 간경화로 진행되는 확률은 5년 후에는 9%, 20년 후에는 48%가 된다. 간경화가 발생하면, 이후 간 부전이 발생할 수 있는 비대상성 간경변 및 간암이 발병할 수 있는데, 이러한 합병증의 연간 발생률은 3~4% 정도로 심각해진다.

그리고 간경화가 있는 환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에서 간암이 생긴다. 전체적인 통계로 보면 바이러스 감염자는 비 감염자에 비해 간암이 생길 확률이 수십 배나 높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 상태에 따라 간암 발병률은 다르다. 나중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바이러스 DNA의 농도가 높은 감염자들은 간암 발병률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바이러스 증식도가 높은 활동성 간염을 오랫동안 앓았던 환자의 경우, 나중에 간암이 생길 확률은 비(非)증식기 감염자 보다 훨씬 높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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