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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초기 증상 없는 B형 간염, 정기적 간암 검사 필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어느 날 43세 남성환자 한 분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 27세에 미국에 유학 와서 공부를 마치고 줄곧 뉴욕의 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한인 동포 L씨는 클리닉을 찾아와 지난 15년간 한 번도 종합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제 나이에는 무슨 검사를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아무 병력이 없는 L씨에게 기본적으로 해야 할 모든 검진을 설명한 후 일단 첫 날에는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혈액검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우리 한국인들에게서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 B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다. B형 간염이 만연하는 한국의 경우 이 검사는 종합검진에 반드시 포함되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이 0.2%도 안 되는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직 큰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검사다. 아무튼 L씨에게 B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는 일생에 꼭 한 번은 받아야 할 중요한 검사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L씨는 검사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B형 간염 바이러스 혈청 검사를 해본 결과, 핵 항체(HBcAb)와 표면 항원(HBsAg)은 양성으로 나왔고 표면 항체(HBsAb)는 음성으로 나온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 항체는 과거에 바이러스 감염의 유무 상태를 확인해 주는 것으로, 음성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다는 증거이다. 반면에 핵 항체가 양성이면,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음을 말한다. 핵 항체가 양성인 경우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표면 항원이 양성으로 아직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표면 항원이 음성이고 표면 항체가 양성인 상태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긴 경우다. 즉 표면 항체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체내의 면역 반응에서 보호면역체를 생성시킨 경우를 말한다. L씨의 경우, 표면 항체는 없고 표면 항원이 양성이므로 아직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 결과를 전해 들은 L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바이러스 보균자라고요?" 그리하여 L씨는 B형 간염에 대한 정밀 검진을 받게 되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질환은 시한폭탄

간 질환의 특징은 조기에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발병 시기가 불분명하고, 병이 한참 진전된 다음에야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각 증세가 없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검진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 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또한 뒤늦게 발견하여 여러 합병증이 발병한 이후에는 완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질환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질병과 마찬가지로 B형 간염 바이러스 질환도 초기에는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다. 만성 간 질환은 초기만이 아니라 간 섬유화로 인해 간경변이 생겨도 아무 증세를 못 느끼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는 간암이 발병했어도 후기까지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B형 간염 보균자들에게 정기적인 간 검사를 추천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아무 증상도 없는데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바이러스 보균자인 경우, 6개월마다 간암 선별 검사를 받을 것을 추천하고 있다. 전문적인 검사로는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인 AFP(간암 지표 검사)가 있다. 바이러스 보균자는 이 두 검사를 6개월마다 함께 받을 것을 추천한다. 환자의 간이 많이 섬유화되어 있어 초음파로 보기 힘들 경우에는 CT나 MRI 검사를 추천한다.

최근 클리닉을 찾아왔던 강 씨의 경우를 들어 보자. 53세의 사업가로 어릴 때 B형 간염 보균자로 진단을 받은 바 있는 그는 매년 주치의에게 정기검진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 10년에 걸친 그의 정기 혈액 검사에는 ALT(혈액으로 하는 간 기능 검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던 강 씨가 필자의 클리닉을 찾은 것은 속이 거북하고 불편한 증세가 계속되기 시작한 뒤부터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혈액 검사 결과를 검토해 본 결과 그의 ALT 수치는 극히 정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만성 B형 간염 보균자에게 꼭 시행되어야 할 AFP와 간 초음파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 검사들을 해 본 결과, AFP는 만 단위까지 상승해 있었고 간에는 7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강 씨는 유감스럽게도 간암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강 씨의 사례는 정기적인 간암 선별 검사로 AFP와 간 초음파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단적인 예이다.



치료.예방 위한 최신 정보 필요

B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모든 만성 간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우선 이 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새로워져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B형 간염에는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마저도 아예 전문의를 만나 보려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어떻게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진단할 수 있으며, 또 만약 보균자로 판명되면 어떻게 모니터하며, 어느 시기에 무슨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전문의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이고 동시에 일반인들에게도 실시되어야 할 중요한 예방 교육 내용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간염 진료에 대한 최신 의학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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