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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건강한' B형 간염 보균자? 언제든지 간 손상 가능성

만성 간염, 그 진단법은?

만성 간염은 간의 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며, 주요 요인으로는 간염 바이러스(B.C.D형), 알코올, 약물, 자가 면역, 대사질환 등이 있다. 이중 바이러스가 가장 큰 원인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70%, C형 바이러스가 10~20%, 그리고 그 밖에 다른 바이러스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를 한 번쯤은 받아본다. 그러나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감염상태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39세 되는 회사원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에게서 "당신은 건강 보균자이니 큰 걱정이 없다"는 말을 줄곧 들었을 뿐, 자신의 바이러스 감염 상태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어 늘 궁금해하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의 소개로 대학병원의 간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게 되었다. 정밀 검진을 받은 그는 바이러스의 증식이 거의 없는 상태의 비활동성 감염자이므로 정기적으로 간암 지표 검사를 포함한 혈액 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된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겨우 마음을 놓았다.

우리 주위에도 김 씨와 같은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필자의 클리닉에서도 이러한 경우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게 된다. 엄격히 말하자면, '건강 보균자'란 없다. 만성 보균자인 이상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간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질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B형 바이러스 질환은 만성 질환이다. 급성으로 생긴 심한 감기 때문에 의사에게 약을 처방 받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다.?특히 B형 간염과 같이 설명하기 어려운 질환은 환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의료진들 모두에게도 크나 큰 도전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질환을 진료할 때 의사가 책임져야 할 과제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환자의 감염 상태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히 진단하는 것으로 의사의 임무는 끝나지 않는다. 특히 환자가 보균자로 판명되었을 때, 파악한 정보를 명확하게 환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전달은 결국 원만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개인에 따라, 환자의 상식과 이해 수준에 따라 의사가 전해주는 정보의 해석 또한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의 배경을 개별적으로 고려하여 의사소통에 힘써야 한다.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판단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야 한다.

의사의 임무는 여기에서 끝일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정보 전달 과정에 이어서 확인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내 할 일은 이제 끝났으니, 환자가 알아서 결정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환자가 올바르게 이해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가능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상담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을 조율해야 한다. 환자 자신도 '의사가 다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모든 의문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의사에게 충분한 상담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 예로, 의사의 설명이 납득이 안 가면 "이해가 안 가니 다시 설명해 달라"라고 부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족이나 신임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가서 의사의 설명과 지시 사항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간기능 검사

B형 간염 바이러스 질환을 검사할 때, ALT 수치는 중요하다. 특히 바이러스 DNA의 농도가 높을 때, 환자의 ALT 수치가 상승해 있으면 활동성 간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감염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때로는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직 검사를 하지 않고 환자의 감염 상태와 ALT 수치를 보고 활동성 간염의 유무를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ALT가 비정상이라고 반드시 간에 이상이 있거나 간 기능이 저하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ALT가 정상이라도 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방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환자의 간 손상 여부를 파악하려면 단순히 ALT 수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ALT 수치가 높이 올라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물론 간 조직에 염증이 있거나 관련 기관에 이상이 있어서일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ALT 수치가 증가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간과 다른 기관(특히 담도.췌장.골수.심장)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간 기능 검사는 간의 기능 및 여러 관련 기관에 대해 많은 직간접적인 힌트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상인에게서 ALT 수치가 약간 증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정상 수치는 남자의 경우 10~40IU/L인데 60IU/L로 상승되어 있는 경우를 본다. 이때 환자에게 과거 병력과 위험 요인과 증상이 없으면, 일단 정밀 검사는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어 간다면, ALT 수치가 그리 높지 않더라도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검진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ALT가 정상이라서 간에 관한 기본적인 검사도 불필요 하다고 자가 처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B형 간염 바이러스 스크리닝 검사와 같은 기초 검사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한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 가운데 ALT가 정상이라며 정기적인 검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만성 간염, 간 경화 혹은 간암으로 진전될 때까지 모르고 지나친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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