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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부부 나무'

너무도 아름다운 글을 읽었다. 가슴이 저려오는 글이다. 젊었을 때 읽었다면 이렇게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읽다가 남편과 함께 읽으며 또 울었다.

'부부는 나란히 자라는 두 그루 나무와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나무는 뿌리가 서로 얽히게 됩니다. 한쪽 나무가 뽑혀서 죽으면 다른 쪽 나무도….'

세상의 모든 부부가 겪은 일이겠지만 이 글은 나의 글 같았다. 두 그루의 나무로 만나서 뿌리내리며 살다보니 53년의 세월이 흘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가 서로 얽혀 한 개의 단단한 뿌리가 되었나보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힘들어 하며 살았다.

같은 직장에서 친구처럼 지내다 정이 들어 남들 하는 결혼 우리도 해야하나 보다 하고 결혼했다. 딸, 아들, 딸이 태어나면서 연습도 해보지 않은 자녀키우기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다행히 3남매 모두 잘 자라주었다. 이젠 자리잡아 살만하다 여기던 40대 중반, 평생이 보장되는 교사직 버리고 무슨 새 세상을 본다고 미국으로 왔다. 벌써 33년째가 된다.



해 보지 않던 노동도 해보고 장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뛰었다. 못하는 영어, 스패니시 하느라 혀도 굴려 보았다.

조용한 밤이면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었다고 자책도 해보았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부부의 뿌리는 더 단단히 얽히고 굳세어졌다.

'우리의 세월이 얼마쯤 남았을까' 함께 헤아려보기도 하고 '한쪽 나무가 뽑혀서 죽으면…'을 생각하며 웃으면서 이별연습도 해본다. 그래도 우리는 참 행복했었다고 말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남편과 꼭 팔짱을 끼고 다닌다. 어지럼증이 있기는 하지만 한 개의 뿌리가 된 것처럼 팔도 꼭 끼어보면서 한 몸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걸어본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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