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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김장하는 날

오늘은 우리집 김장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며느리가 바쁘다. 배추 절여 놓은 것을 보니 옛날 어렸을 때 김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10식구의 김장하는 날은 잔칫날 같았다. 많은 식구가 온 겨우내 그리고 늦봄까지도 먹기 위해 절인 400포기 배추는 작은 산 같았다.





겨우내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로, 콩나물 넣은 시원한 김칫국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치만두로, 심심한 날 김치전으로 그 많은 김장김치는 우리 가족의 반년 양식이 됐다.



미리 앞마당 구석에 구덩이를 파고 큰 항아리 몇 개 깨끗이 씻어 묻어 놓는다. 외할머니, 어머니, 이웃 아주머니들이 함께 거들어 주신다. 절여 놓은 배춧잎을 떼어 먹어보며 “배추가 아주 잘 절여져 올해 김장은 맛있겠다”라고 하신다.



고무장갑이 없던 시절 어머니는 양념을 만들기 전 양손에 참기름을 듬뿍 바르셨다. 매운 고추의 맛이 손에 덜 배어서 나중에 덜 화끈거리게 하시는 거란다.



다 끝나고 나면 아주머니들과 막걸리도 양푼에 몇 포기씩 담아 보내며 잔치를 한다. 김장하는 날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곳 미국에서는 김장철이 따로 없다. 사철 조금씩 담가 먹거나 마켓에서 사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은 7식구다. 며느리는 늘 김치를 담가 먹는다. 이곳에서 태어난 손주들도 며느리의 김치 맛에 길들여져 있다. 다른 때보다 많이 담그는 것을 김장한다고 한다.



김장할 때는 손주들까자 나서서 돕는 모습이 귀엽고 즐거워 보인다. 나도 양념 준비를 도와준다. 담근 김치를 김치 냉장고에 가득 채워 놓으면 김장한 기분이 난다. 온 집안에 김치 향기가 풍긴다. 즐거운 ‘김장하는 날’이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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