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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시간의 보상

거친 사막을 지나 도착한 그랜드캐년. 조그만 씨앗이 커다란 나무가 되듯이 자연과 시간의 힘이 경이롭다.

너무 거대하여 당황스럽기도 하고 겹겹이 새겨진 무늬가 지구의 고귀한 주름살인가 싶기도 하다.

모든 인간들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시시각각 겪는 감정들 모두 를 펼쳐놓으면 그런 모습일까.

비바람에 깎이고 채색된 흔적들, 오랜 세월의 그림일기 보는 듯 신비하고 깊은 절벽은 철옹성의 요새처럼 견고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왕처럼 당당해 보였다.



거기와는 대조적인 인간의 의지로 세워진 라스베이거스 또한 놀랍다. 가능성과 잠재력 개발로 불모지가 매일 축제가 벌어지는 땅이 된 그곳에 다녀오면 나 자신을 개발해 보고싶은 충동이 일어 휴대폰을 충전시키듯 내 안의 잠든 거인을 깨우라고 주문을 외우곤 했다.

간절한 바람의 응답일까.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리 안된 생각은 뒤죽박죽 머리를 어지럽히고 종일 밥을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짜내어 보았으나 글들은 냉동고 검은 봉지 속처럼 보이지 않고 뒤섞인 퍼즐 맞추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지금껏 무심히 사용했던 생활용품, 예술품들 하나 하나 피와 땀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작은 것 하나도 눈여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언제나 힘든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고 광야의 나날을 거쳐야만 하는 세상사의 구조가 야릇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인가? 재능은 있는가 없는가?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갈등 속 어느 날 느껴져 왔다. 심은 지 5년간은 자라지 않다가 5년 후에는 한 달 사이에 훌쩍 큰다는 중국 대나무처럼 기다리며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는가.


손선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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