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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나무는 꽃으로 말한다

석류와 감나무가 봉곳이 잎을 틔운다. 늦장부리더니 3월의 봄기운을 알아챘나 보다. 1월에 와서 보름쯤 있다가 인사도 않고 가버린 매화는 역시나 매실을 남기지 않았다. 눈보라 속 겨울이 없는 곳에서는 꽃으로나 만족하란다.

개나리도 겨울의 매운맛을 보아야 꽃을 주겠다고 앙다문다. 립스틱 짙게 바른 산당화가 한달 넘게 요염하더니 다시 꽃망울을 맺으며 두 번째로 말을 걸어온다. 장밋과 관목으로 명자나무라는 이름에 아가씨꽃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하도 예뻐서 집안에 심으면 여자가 바람이 난다고도 한다. 하긴 아내도 바람이 들어 나에게 와있고 두 딸도 사위에게 가서 살림 차렸고 아들마저 제 짝 찾아갔으니 할 말이 따로 없다.

싹 트고 꽃 피고 열매 맺고 낙엽지기는 변하지 않는 질서다. 꽃은 민주적이다. 빛깔과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달라도 말은 같다. 누구에게나 눈길을 주고 손짓을 한다. 우리의 손길에 따라 아름다운 말을 들려준다. 감탄사와 형용사를 넉넉히 갖고 있는 아내는 뒷밭에 나갔다 하면 2시간은 기본으로 꽃과 이야기 꽃을 피운다.

화분에 심겨진 나무는 더 많은 손길을 바란다. 비가 오리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사흘이나 물맛을 못 본 산당화와 무궁화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10년 동지 주인 나리와의 틀이 한번의 오판으로 망가지고 있다. 꽃은 말한다. ‘주인나리, 당신은 내게 있어 온전하지 않소. 배신자요 허깨비요.’

꽃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기에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고 소리 없는 소리로 우리의 영혼까지 맑게 해주고 있다고 믿게 한다. 천 마디 충고와 교훈보다 더 진실한 꽃의 마음이요 얼굴이고 꽃의 진리다. 소리를 숨긴 웃음으로 나무는 꽃으로 말한다. ‘진리는 언제나 정의 편에서 웃고 있지요’라고.


문 영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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