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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운동회의 추억

산불로 인해 뿌옇던 하늘이 잿빛을 거둬내고 청명한 푸른빛을 드러낸다.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만국기가 휘날리던 어린 시절 운동회 날이 되살아난다. 흙으로 곱게 다져진 운동장은 하얀 횟가루로 선이 그려져 있었다. 엄마가 만들어준 머리띠를 두르고, 검은 팬츠를 입고, 흰 덧신을 신었다. 운동장에 들어설 때,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국민체조로 운동회는 막이 올랐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면 힘껏 뜀박질했다. 체력이 약한 나는 등수 안에 들지 못해도 끝까지 달린 것만으로 만족했다. 어떤 친구는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 다시 달리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두 팀으로 나눠 열렬히 응원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한 매스게임, 곤봉 댄스, 부채춤은 축제의 꽃이었다. 큰 부채를 들기에 내 손이 너무 작았지만 한복을 차려입고 족두리를 쓰면 공주가 된 듯했다. 원을 그리고 파도를 만드는 부채춤은 화려했다. 큰 바구니를 모래주머니로 쳐서 터뜨리면 반으로 쫙 갈라지며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점심시간을 알렸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김밥, 삶은 달걀과 밤을 먹으며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푸짐한 대화로 꽃을 피웠다.



어린이들은 뛰고 구르고 굴리며 온몸을 불살랐다. 힘을 모아 줄다리기도 했다. 부모와 자녀가 이어 달리기 하면 운동회는 절정에 달했다. 달리기를 잘하던 우리 아버지가 제일 멋져 보이던 날이었다. 옆 마을, 윗마을 어르신까지 참석해 동네 잔치로 변했다. 푸짐하고 정이 넘치는 축제였다.

지금도 즐거운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우리 어린이 학교에선 해마다 운동회를 개최한다. 부모가 참여토록 권장한다. 어린이가 부모와 서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다.


이희숙 / 어린이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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