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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선의의 거짓말

성인 영어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내에게 내가 ‘하우 아 유?’라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소 소’라고 대답한다. 내가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정직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어떤 질문을 받으면 사실대로 대답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동양과 서양의 인사 방법은 다르다. 한국의 인사말 ‘안녕하십니까?’는 ‘안녕’이라는 전제를 두고 ‘당신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요’라는 지레 짐작이 담겨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예’라고 답하고 같은 질문을 하면 된다.

서양의 인사는 어떠한가. 서양의 인사는 전제가 없다. ‘하우 아 유’ 등은 ‘어떠세요’ 또는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순수한 질문이다. 묻는 사람의 의견이나 짐작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질문이다. 이때 보통 ‘좋습니다’ 정도로 대답해 자신의 상태를 상대방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동양권에서 인사를 받았을 때 ‘네’가 아니라 ‘아니오’ 또는 ‘안녕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도 ‘아니오, 안녕하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안녕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은데 ‘네’라고 대답하면 거짓말일까. 내가 몸이 아프고 불편한데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안녕하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까. 그리고 그 말을 사실대로 들은 질문자는 그 마음이 어떨까. 반대로 못 생긴 사람을 만났을 때 사실대로 못 생겼다고 말하면 나는 정직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사람은 칭찬을 좋아한다. 그것이 비록 거짓말이라고 해도 사람은 듣기 좋은 말에 즐거워 한다. 각박한 세상에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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