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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그때가 그립다

한낮에는 햇빛이 따가운데 아침 저녁으로는 날씨가 서늘하다.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무슨 잘못이 그리 많은지 간다는 말도 없이 여름이 도망가듯 가버리고, 온다는 말도 없이 슬그머니 가을이 왔다.

봄부터 여름까지 코로나19로 집안에 가두어 두고, 산불까지 닥쳐 더운 날씨를 더 덥게 하고, 눈처럼 내리는 회색빛 재까지 뿌려 창문까지 꼭꼭 닫아 걸게 만들더니 이젠 가을이다.

개학을 해도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 공부하는데 덥지 말라고 에어컨 왱왱 틀어 놓았다. 아이들은 공부하는데 좋겠지만 우리 노인 방은 너무 추워 에어컨 구멍 막아 놓고 긴 바지에 겨울 양말을 신는다.

마당에 나가 따뜻한 햇볕을 쬔다. 몸이 녹는 것 같다. 봄에 고추 모종 심으며 고추가 열리면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가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추가 빨갛게 익어 추수를 해도 세상은 꼼짝 안 한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며느리는 좋은 햇볕이 아까운지 호박과 무를 썰어 말려 놓고 겨우내 차로 끓여 먹는다고 우엉도 양지에 펼쳐 놓았다.

아침마다 집안이 작은 학교가 된다. 각 방이 학생 1명씩인 3개의 교실이 된다. 6학년, 9학년, 11학년 교실에 더해 노인 교실도 있다. 우리 노인들도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아어폰 끼고 음악도 들으며 열심히 공부한다.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보고 싶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고 눈만 내놓아 누구인지 분간하기 힘든 얼굴이 아니라 웃는 눈, 웃는 입 바라보며 깔깔거리며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이 후다닥 법석이며 학교에 가고 우당탕거리며 돌아오는 그때가 그립다. 그러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옛날로 가고 싶다. 옛날이 그립다.


정현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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