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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청계천 넋두리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청계천(淸溪川)은 동으로 흐르다가 한강을 만나 서해에 다다른다. 한양 4대문 안에 빗물 처리를 해주는 청계천은 글자 그대로 맑은 물 흐르는 시냇물이다. 물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 결코 높은 곳으로 흐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향한다.

조선 태종, 1406년에 바닥을 쳐내고 둑을 쌓았다는 기록으로부터 청계천의 역사는 시작한다. 광교 근처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볼 수 있다. 빨래터로는 장충동 남산 골짜기와 삼청동 약수터 그리고 중랑천이 있었다지만 나에게는 청량리 쪽 홍릉의 콸콸 솟은 샘물의 기억이 남아있다.

세월에 따라 인구는 늘어나고 둑은 헐어지는데 빗물과 하수가 따로 없이 흘러내리는 청계천은 서울의 흉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6.25전쟁 수복 후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청계천 둑에 판자촌을 짓고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나라 살림이 조금 나아지자 1965년부터 판자촌을 밀어내고 복개공사로 콘크리트를 씌워 그 위로 차량이 달리게 했다. 또 그 위에 고가도로를 세워 시내 교통체증을 해소하려 했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에 40년 역사의 청계천 콘크리트 구조물은 사라지고 맑은 물이 흐르는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탈바꿈했다. 물이 맑아 물고기가 헤어치며 놀고 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소망 중 하나인 한강 상류 팔당에서 물을 끌어들여 청계천으로 흐르게 하겠다는 계획은 그때의 나라 살림이 허락하지 않았다.

청계천 맑은 물에 발을 담그는 어린이들을 보며 좀 더 자연스러운 풍치로 멋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넋두리를 한다.


문 영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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