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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김·피터 이 공동감독 인터뷰 "이건 우리 모두의 '미국 이야기' 입니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8/10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9/08/09 20:29

한인 밀집지역 플러싱 배경
가족간의 끈끈한 정 다뤄
공감가는 영화 만들터

가족들이 한 상에 둘러 앉아 한국 음식을 먹으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소 갈등을 겪었던 가족들도 이 시간만큼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랑을 나눈다. [사진 제비프로덕션]

가족들이 한 상에 둘러 앉아 한국 음식을 먹으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소 갈등을 겪었던 가족들도 이 시간만큼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랑을 나눈다. [사진 제비프로덕션]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 '해피클리너스'의 메가폰을 잡은 줄리안 김, 피터 이 공동감독의 말이다.

지난 3일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막을 내린 제42회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AAIFF) 폐막작으로 선정된 '해피클리너스' 상영관은 입추의 여지 없이 관객들로 가득찼다. 심지어는 객석 옆, 뒤쪽까지 관객들이 밀려와 90분이 넘는 상영 시간동안 서서 영화를 본 이들도 많았다.

오프닝 크레딧(opening credit)이 채 끝나기도 전 TV 앞에 서서 효자손으로 등을 긁는 아버지와 그런 그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 보는 어머니를 보며 관객들은 여러 번 폭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과거에 종종 들었던 부모님의 야단소리와 힘든 일상 속에서 살 길을 궁리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영화의 줄거리를 두고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줄리안 김(김판규.33).피터 이(이성인.30) 두 감독을 8일 본사에서 만났다

해피클리너스는 지난 3일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행사장에서 자리를 함께한 류영철(아버지.왼쪽부터), 임향화(어머니), 캣 김 프로듀서, 피터 이.줄리안 김 감독.

해피클리너스는 지난 3일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행사장에서 자리를 함께한 류영철(아버지.왼쪽부터), 임향화(어머니), 캣 김 프로듀서, 피터 이.줄리안 김 감독.

플러싱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는 제작진. [사진 제비프로덕션]

플러싱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는 제작진. [사진 제비프로덕션]



동네 친구와 함께 만든 영화

'세트에서 감독은 절대 권력자'라고 말할 정도로 감독의 책임과 권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두 사람은 "공동 감독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당연했다"고 말했다.

어릴때 부터 플러싱에서 자라 '후러싱제일교회'에 함께 다녔다는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동네 친구'다. 이 감독은 "줄리안은 15살 때부터 영화를 만들거라고 공언하고 다녔고 교회 영상물 작업 등도 도맡아 했던 교회 형"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김 감독은 "부모님이 어릴때부터 내 창의적인 면모를 보고 원하는 일을 하라고 격려해주셨다"며 "그런 면에서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감독은 열심히 공부해 안정적인 직장을 얻길 바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 뜻대로 열심히 공부한 그는 특목고인 브롱스 과학고에 진학, 대학에서는 경영학 전공을 택했다. 그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당시 졸업작품 제작에 돌입한 김 감독이 그에게 연락을 해와 영화 예산 관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협업의 시발점이었다.

"영화 제작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김 감독이 당시 브루클린칼리지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찾지 못하던 중 동네친구 이 감독을 떠올려 손을 내민 것.

이 후 2012년 함께 프로덕션 회사를 차린 두사람은 플러싱의 아시안 이민 커뮤니티를 다룬 단편 '머레이 힐(2014)' '글동냥(2015)' '콜택시(2016)' 등을 제작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조명해

90분이 넘는 상영 시간 내내 관객들을 웃고 울렸던 '해피클리너스'에는 어린시절 모두 한번 쯤은 부모님에게 들어봤을 애정어린 꾸중과 그리운 가족들을 떠올리게 하는 정감이 묻어나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 현이부터 시작해 주변 인물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갔다는 두 사람은 대본을 쓰면서 모든 캐릭터에 대해 '우리가 아는 사람 중 이런 사람이 있나' 자문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는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를 그대로 투영해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의 흐름 역시 주변의 지인들이 겪은 에피소드 등을 반영했다는 것.

뉴욕 아시안 커뮤니티에 친숙한 플러싱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면서도 서로 다른 경험으로 문화차이를 겪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는 두 사람은 영화 줄거리를 두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 속의 인물들은 다른 상업 영화에서 온전히 비춰지지 않는 무의식적인 가부장적 가치관과 성역할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 감독은 "한인 남성으로서 내가 누렸던 특혜와 함께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 남녀 모두 느끼는 좌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시안 이야기도 '미국 스토리'

제비프로덕션 설립 후 여러 단편을 통해 플러싱 일대의 아시안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전한 두 감독은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우리 커뮤니티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사회의 단편을 저장해 남겨두는 방식이기도 하고, 아직도 헐리우드 등 주류 영화계에서는 아시안 캐릭터나 배우들이 하나의 '소품(prop)'으로 사용되는 현실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영화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보는 관객은 나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면서 권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아시안사회를 조명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 역시 "미국 중서부의 이야기만 '미국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라며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시안들의 미국에 대한 기여도를 단편적이고 간략하게 가르쳐 마치 우리가 미국에 살게 '해 준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며 "아시안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세대간의 이해를 돕고 아시안 사회 내면에서부터 일종의 비식민지화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의 케빈은 "여기(미국) 우리 편 들어줄 사람은 없다, 조용히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역정을 내며 "여기는 내 나라(This is my country)야!"라고 받아친다.

그렇다고 해서 타민족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에 의하면 영화 시사회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마주친 50대 중국인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 고맙다. 아들에게 꼭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그를 껴안았다고 한다.

또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한 스탭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현이와 엄마가 싸우는 장면을 촬영한 후 "우리집도 딱 저래. 말만 스페인어로 할 뿐이지"라고 말하더라는 것.



어려울때 지원 한인 사회에 감사

하지만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고 해서 제작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인 배우를 섭외하는 것이 어려워 김 감독은 스크린에 소개하고 싶었던 '교회 아주머니들이 수다떠는 모습'을 아쉽게 접어야 했다. 무더운 7월, 김 감독의 삼촌이 운영하는 좁은 세탁소에 배우와 스탭들이 비집고 들어가 촬영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독립영화 답게 예산 확보 역시 큰 난관이었다. 제비프로덕션 설립 후 두 감독은 다른 풀타임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영화를 제작해 왔기에 장편영화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난제였다고 손꼽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행이도 '코리안아메리칸스토리'와 인연이 닿아 예산 뿐 아니라 캐스팅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한인사회의 지원 덕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인으로서 가진 특유의 시선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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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클리너스'…이민생활의 애환 그려

커피하나 주문하는데 이름은 왜 묻는걸까.

내가 시킨 커피가 다 만들어지면 이름을 부르겠다는 카페 종업원의 다소 부담스런 친절함은 한국 이름을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영문으로 쓰거나 발음을 하지 못해 쩔쩔매는 알바생의 고생으로 이어진다. 그런면에서 고객은 안겪어도 되는 당혹감과 무안함까지 느낀다.

영화 '해피클리너스'는 미국에 이민 와 겪는 이런 크고, 작은 낯설고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순간들이 유독 내게만 있는 고통이 아니라고 위로를 건네주는 이민자에게 공감이 가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가 아시안 영화제를 비롯 여러 영화제의 개ㆍ폐막작으로 선정돼 이목을 끌고 있다.

플러싱에 거주하며 맨해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 1세대 부모(아버지 류영철ㆍ어머니 임향화)의 최대 고민은 큰딸 현이(성예나)와 케빈(정윤형)의 앞날이다.

이민 1·1.5·2세가 함께 모여 플러싱에서 터전을 일구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가족의 정으로 나누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해피클리너스'는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을 주 배경으로 우리 주변에서 익히 보고 듣는 이야기를 전한다.

'해피클리너스'는 지난 5월 LA아시안퍼시픽영화제(LAAPFF)에서 첫 선을 보인 후 같은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안 영화제 'CAAMFEST'에서 인기상(Audience Choice Award)을 받았다. 지난 3일 맨해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막을 내린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AAIF)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내달 열릴 서울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한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플러싱타운홀 무료 상영회=아시안시네비전은 오는 16일 오후 8시부터 플러싱타운홀(137-35 Northern Blvd)에서 '해피클리너스' 무료 상영회를 개최한다. 예약 필수(acvinflushingaug2019.splash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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