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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어울리는 목소리 아냐” 편견 깨고 쑥쑥 자란 헬고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3/31 20:02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역주행한 HYNN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도 않게…’ 발매
‘K팝스타’ 통편집, ‘슈퍼스타K’ 톱3 딛고
돌고래 고음으로 차세대 발라드퀸 넘봐



31일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발표한 가수 HYNN(박혜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별명이 무려 ‘헬고음’이다. 4옥타브에 육박하는 고음을 아무렇지 않게 낸다 하여 붙여진 수식어다. 지난해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역주행에 성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신인 가수 HYNN(박혜원ㆍ22) 얘기다. 작년 3월 발매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버스킹 무대와 라이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반년 후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11월 발표한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로 2연속 히트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보컬리스트로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4월 서울 신촌역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는 HYNN. [유튜브 캡처]





31일 발표한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에서는 지난 1년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 사랑을 말한 꽃들이/ 시들지 않는 내 맘에”(‘당신이 지나간 자리, 꽃’)로 시작해 “시간이 유난히 좀 느리게 흐르고(…)피우다, 시들고, 다시 그리워하다”(‘아무렇지 않게, 안녕’)로 이어지는 감성은 ‘시든 꽃’의 답가마냥 자연스럽다. “안녕 나의 어제야/ 괜찮을 자신 있어 나/ 오늘이 시작인 거야”(‘오늘에게’)라고 다독이는 건 “안녕, 초록을 닮은/ 나의 열일곱살/ 참 예쁜 나의 꿈”이나 “안녕, 파랑을 닮은/ 나의 스물한 살/ 참 바쁜 나의 꿈”(‘여행의 색깔’)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예고 실기시험 꼴찌 충격…독하게 연습”
발매 당일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그는 새 앨범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4단 고음이나 3옥타브 같은 걸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엔 솔#까지 욕심을 내봤어요. 고음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성대에 무리가 가면 안 되니 연습을 많이 했죠.” 본디 높은 음역을 타고나긴 했지만, 돌고래 고음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부단한 연습의 결과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그는 “고1 때 실기시험에서 꼴찌를 하고 음정 연습을 쉼 없이 한다”고 했다. “보통 음정을 체크하기 위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하는데 저는 노래할 때마다 그걸 20~30분씩 해요. 어떤 노래를 하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이후 꽃 노래를 많이 해서 팬들 사이에서 ‘꽃집 누나’로 불린다. [사진 뉴오더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정작 음악에 첫발을 딛게 된 건 드럼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친척 오빠를 따라간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배우고 있었는데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보컬을 시작하게 됐다고. 꽃 노래를 많이 해서 팬들 사이에서 ‘꽃집 누나’로 불리는 그는 “그때 첫 무대를 마치고 유치원 선생님께 받은 프리지어 꽃다발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맘때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당신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 덕에 볼 때마다 설레고 힘이 난단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제가 항상 유치원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었거든요. 항상 저를 데리고 같이 있어 주셨어요. 돌이켜 보면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말끝마다 “운이 좋다” “감사하다”고 했지만, 사실 2018년 연말 데뷔하기까지 적잖이 험난한 시간을 겪었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연이어 나간 SBS ‘K팝스타’ 시즌 4~5에서는 그야말로 ‘통편집’됐고, 고3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Mnet ‘슈퍼스타K 2016’에서 톱3에 올랐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끝물이라 시청률이 낮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각각 4살, 10살 터울이 나는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이드 보컬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수의 꿈을 접으려던 터에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다.

“왜 난 부자가 아닐까…포기하고 싶을 때도”



 ‘슈퍼스타K 2016’에 출연한 박혜원. ‘인천 에일리’로 화제를 모으며 톱 3에 올랐다. [사진 Mnet]





‘국민 코러스’ 김현아의 제안으로 오성훈 작곡가 만든 ‘폴링 인 러브’ 가이드를 녹음하게 됐고, 우연히 이를 듣게 된 소속사 측의 제안으로 데뷔하게 된 것. 해당 곡이 드라마 ‘사의찬미’ OST에 수록되면서 곧 데뷔곡이 됐다. “여태까지 안되는 걸 보니 난 정말 재능이 없나보다, 인제 그만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을 때 손을 잡아주신 분들이에요.” 늦게까지 연습하다 보면 막차를 놓치기 일쑤라 “왜 난 부자가 아니게 태어난걸까/ 한때는 그런 친구를 부러워도 했어”라고 읊조리던 소녀는 이제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을 한대도/ 기회는 늘 내 곁을 스쳐간대도” 마음을 다잡으며 버틴 끝에 “더 나은 내일”(‘막차’)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듣는 사람마저 머리가 쨍할 만큼 시원한 보컬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에 비유하면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떤 노래에 귀를 열고, 마음을 빼앗기는구나 하는. 그때 유희열 심사위원이 해주신 조언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K팝스타’와 안 맞는 보컬은 맞지만 잘 다듬으면 정말 토속적인 발라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양파 선배님 노래를 들어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들어보니까 바로 알겠더라고요. 아 나는 정말 기계처럼 노래했구나, 애절한 감성이란 이런 거구나, ‘애송이의 사랑’이나 ‘아디오’를 들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계속 혼자 연습했다면 절대 몰랐을 거예요.”





가수가 되면 꼭 출연하고 싶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이어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한 그는 ’‘복면가왕’에도 한번 나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강의 소설 『흰』을 읽고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오직 내가 흰 것만 건넬게’란 구절에서 예명을 따온 그는 “‘흰’이라는 단어처럼 순수함을 간직하는 한편 흰 스케치북에 다른 색을 입히듯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YB의 ‘생일’이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찾아보니까 이응준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얻고 만든 노래라고 해서 시집 『애인』을 찾아서 읽었어요. 저는 생각지도 못한 관점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지금은 비록 조금씩밖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저도 언젠가 제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지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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