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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에도 책 안읽는다···이 와중에 화제된 '코로나 예언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3/31 23:53



코로나로 주목받아 국내에서도 출간되는 딘 쿤츠의 '어둠의 눈'. 중앙포토





영국의 서점 중 최대 체인 워터스톤스는 지난달 말 “온라인 판매가 한 주 동안 4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효과다. 워터스톤스는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지난달 23일부터 280개 오프라인 매장을 닫았지만 그 후 온라인 매출이 올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매출을 견인한 것은 고전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이다. 가디언은 특히 “두꺼운 소설들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며 그동안 읽을 시간이 없었던 긴 소설을 읽은 이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코로나 시국엔 ‘불안 독서’만 남았다. 서점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독서량이 늘었다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온라인 판매는 늘어났다. 인터넷 교보문고의 2~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늘어났다.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의 지난달 매출도 전년 대비 15%, 예스24의 1월 중반~3월 말 매출도 17.6% 증가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타격이 컸다. 교보문고 점포의 같은 기간 판매량은 20% 줄었고, 중고서적을 판매하는 알라딘 매장의 매출은 30% 감소했다. ‘집콕’에도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진 않았다는 뜻이다.

베스트셀러의 종류도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TV 프로그램에 나온 책, 아이들을 위한 학습 만화 등이 많이 팔렸다. ‘밥블레스유2’에서 문소리 배우가 추천한 『당신이 옳다』(정혜신), 인기 캐릭터 펭수의 화보집 『펭수, 디 오리지널』, 또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시리즈 등이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가 전반적인 독서량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몇몇 책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어린이책 부문에서는 계몽사의 ‘디즈니 그림 명작 전집’의 히트가 눈길을 끈다. 1980년대 나왔던 이 세트는 지난해 12월 60권 분량, 40만원대로 재출간됐다. 『잠자는 공주』『미키와 콩줄기』『피노키오의 모험』 등이 40년 전 디자인 그대로 나와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 전집은 계몽사 홈페이지, 예스24, 롯데백화점 쇼핑몰에서만 판매했다.



계몽사에서 40년 만에 다시 낸 디즈니 명작동화 전집. [사진 계몽사]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부모가 되면서 이미 주목을 받고 있었고 코로나 19의 확산과 맞물리며 판매가 급성장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코로나로 개학이 연장될 때마다 판매가 급속도로 늘었다”며 “3월 셋째ㆍ넷째 주의 총 판매량이 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온라인사업부의 정유미 과장은 “어린이 전집류는 30만원대 후반이 최고가였고 40만원대는 비싼 편인데도 휴교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을 위해 구입하는 부모가 많다”고 풀이했다. 계몽사의 이수정 온라인 팀장은 “코로나 이슈 이후 상품 문의가 20~30% 늘어났다”며 “재택근무와 휴교의 고민 때문으로 본다”고 했다.

전염병과 관련한 책 중엔 카뮈의 1947년작 『페스트』가 눈에 띈다. 폐쇄된 도시에서 전염병을 대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의 인기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돼 한 달 새 1만4000부를 증쇄했다. 국내에서는 TV의 한 독서 프로그램이 『페스트』를 소개한 후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배 늘어났다.



미국 미시시피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19 방지를 위해 비닐백에 넣은 아이들의 책. AP=연합뉴스






40년 전에 나온 소설 『어둠의 눈』도 코로나 19를 계기로 이달 10일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1981년 미국 작가 딘 쿤츠가 쓴 이 소설은 ‘우한-400’이라는 바이러스를 인간이 만들어내는 상황을 배경으로 쓰면서 ‘섬뜩한 예언’으로 주목받았다. 소설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코로나19 사태와는 다른 점이 많지만 전세계 SNS에 공유됐다. 이처럼 책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눈에 띈다. 예스24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이 17.8% 늘어났고, 이중 자연과학 분야의 책은 91.6% 성장했다.

‘집콕’과 책을 연결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은 ‘책 쉼터(book.dkyobobook.co.kr)’를 만들고 1~30일 1인당 최대 2권까지 전자책과 오디오책 4만7000여종을 무료로 대여한다. 종이책도 1~10일 매일 500명씩 선착순 신청을 받아 총 5000권을 배송해주기로 했다. 예스24는 출판사 돌베개와 함께 전자책 110종류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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